반도체 인재 지킬 ‘징벌과 인센티브’[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3-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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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AI 혁명을 이끄는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AI 기업에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도의 반도체 성능’은 필수다. 오픈AI를 비롯한 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반도체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다. 치열한 반도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 요소는 바로 인재다. 반도체는 연구·개발(R&D)과 제조 모두 사람이 완성하기 때문이다.

인재가 있어야만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전략’도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지원하는 등 인력 확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반도체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만큼이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는 정책도 중요하다.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진 각국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위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가운데, 선진국 업체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 뛰고 있다.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가 AI를 위한 필수 반도체로 부상하자, 미국 마이크론이 국내 HBM 기술 핵심 인력을 영입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첨단 기술 개발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인재라면 원수라도 데려다 쓰라는 사마천의 용인술(用人術)이 관행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반도체 굴기(堀起)를 선언한 중국의 기술 인력 영입 시도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미국 등 선진국도 우리의 반도체 인재 확보에 나섰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국가의 핵심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규정하고, ‘경제스파이법’이나 ‘영업비밀보호법’ 등을 제정해 첨단 기술 유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로 간주되면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업비밀보호법을 통해 피해 기업이 민사사건으로 연방법원에 바로 제소함으로써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법적 대응만으로 국내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에는 한계가 많다. 중국과 달리 선진국은 높은 연봉 외에도 자녀 교육과 기후조건 등에서 많은 이점이 있으며, 반도체 기업 간 이직(移職)도 쉽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해 처우가 약해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들이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과 자체 AI 반도체 설계에 나선 구글로 대거 옮겨간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법적 제도의 강화와 함께 더 나은 해외 기업에 합법적으로 옮겨가는 인재에 대한 대책도 필요한 이유다.

반도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급여와 보너스 같은 처우 개선과 함께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반도체 기술 인력이 퇴직 후 2년간 동종 업계에 근무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퇴직 패키지를 매력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퇴직 후 비(非)고용 기간에 관련 분야의 재교육을 통해 고급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신설하고, 퇴직 이후에도 공공기관 또는 산학협력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네트워킹을 강화함으로써 2년 후 영향력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취업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도 법률에 따른 징벌적 조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퇴직 후 일정 기간 세금 감면과 같은 인센티브 정책과 취업 기회의 문을 넓히는 기술 인력 생태계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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