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 가격인하 압박… 식품업계 ‘속앓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딸기, 마트 과일 매출 1위 가격이 급상승한 ‘금(金)사과’ 대신 딸기가 ‘국민 과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산·수입 과일 매출을 집계한 결과 딸기가 사과에 앞서 연간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1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딸기 팩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국제 식량·유지류 값 내렸는데
주요 가공식품 절반 넘게 올라
작년엔 급여인상까지 단행하자
정부·소비자“가격인하 동참을”
업계“인건비 등 상승에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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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K-푸드’ 열풍으로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식품업계에 대한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압박이 거세질 조짐이다. 특히 주요 식품업체들이 임직원 급여를 상당폭 인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국제 식자재 지수 하락 추세를 반영해 가공식품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식품업계는 “이미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정부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해온 만큼 제품 가격 인하는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가공식품 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8일 관련 업계 및 통계청 등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24.6에서 매달 하락 추세를 이어가며 지난달에는 117.3까지 떨어졌다. 곡물 가격지수는 113.8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170.1) 대비 33.1% 내렸다. 또 유지류 가격지수도 2022년 3월 251.8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달에는 120.9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에서 가공식품을 구성하는 세부 품목 73개 중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플러스(+)를 보이는 품목이 49개로 마이너스(-) 품목(23개)의 두 배를 웃돌았다. 특히 가공식품 품목 중 38.4%인 28개의 물가 상승률은 전체 평균치를 넘어섰다.

식품업계 실적은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오리온(4924억 원)과 농심(2121억 원), 삼양식품(1468억 원), 빙그레(1122억 원), 풀무원(620억 원) 등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임직원 급여도 상당폭 인상됐다.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오리온이 전년 대비 10.0% 오른 8800만 원, 빙그레는 11.8% 증가한 약 6000만 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압박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과 한훈 차관은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분주히 현장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10일 농협 하나로마트를 찾아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뿐 아니라 유통·식품 기업들이 자체 할인 행사, 가격 인하 노력 등에 보다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차관도 지난 13일 19개 식품사 대표·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제 원재료 가격 변화를 탄력적으로 가격에 반영해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다수 식품기업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음을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 식품업체는 가격 인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이미 크게 올라 경영 부담이 크다”며 “오히려 다음 달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그간 억눌렸던 제품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