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뀌어주기와 순서효과[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3-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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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최근 비례 위성정당에 현역 의원을 파견하기 위해 각각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제명절차를 밟았다. 또다시 연출된 의원 뀌어주기 꼼수다. 총선의 후보·정당 기호는 국회 의석수 등으로 결정된다. 양당은 이번 총선에서 254명을 뽑는 지역구 선거 투표용지(백색)와 마찬가지로 46명을 가리는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연두색)에서도 첫 번째와 두 번째 칸에 자기 정당 이름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었으니 투표용지에 기호 1·2번은 없다. 더불어민주연합이 3번, 국민의미래는 4번을 차지할 심산이다.

투표용지의 후보 이름과 정당 순서는 유권자의 선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선거라는 제도가 시행된 이래 많은 학자의 연구 과제였다. 유권자가 사전에 선호하는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선택을 마친 상태에서 투표장에 간다고 가정하지만, 단순히 투표할 생각으로 기표소에 들어선 유권자에게는 투표용지에 인쇄된 순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의 1992년 시의원 선거에서 118개의 선거전 가운데 48%가 이름 순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용지 맨 위에 나오는 후보가 아래쪽에 있는 후보보다 2.5%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단다. 박빙 선거에서 2.5%는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이다.

투표용지 앞 순서에 게재된 후보자가 뒤쪽 기호를 받은 후보자보다 이득을 누리게 될 때를 ‘순서효과(order effect)’라고 한다. 처음에 있어서 혜택을 보는 ‘초두효과(primacy effect)’, 마지막에 있어서 득을 보는 ‘최근효과(recency effect)’도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역구·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같은 순서에 인쇄되도록 하는 것도 일종의 순서효과를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당마다 똑같은 기호와 순서를 사용하는 것이 유권자가 쉽게 식별하는 기표 표식이 된다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 ‘기호효과(sign effect)’다. 하지만 묻지마식 투표와 일자투표의 원인도 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른 정당 난립으로 역대 선거 사상 가장 긴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의 등장이 예견된 상황이다. 지난 총선보다 투표용지 순서가 정당들의 득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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