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와 克日-시즌2[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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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체육부장

2023년 3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도쿄를 방문했던 때가 기억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선수로 참가해 결승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미국 대표팀을 제압했다. 한국 대표팀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탈락한 터라 오타니와 일본의 활약에 살짝 배가 아팠다. 그러나 오타니는 익히 알려진 ‘야구천재’로서의 실력과 그에 못지않은 인성으로 한국팬을 감동하게 했다. 그가 일본인이라는 사실 인식을 떠나 ‘월드 클래스’급 태도에 고개가 숙어졌다.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이 교차하던 시기여서 그로부터 배울 게 많았다. ‘오타니와 극일(克日)’(2023년 3월 28일자)로 그의 비범한 태도를 조명했었다.

그로부터 1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 참석차 한국을 찾은 오타니가 다시 한 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변함없는 실력과 인성에 배우자에 대한 배려,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까지 드러내면서 호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스포츠엔 국경이 없다지만, 그에 대한 한국팬의 환대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일제강점기로 얽힌 한일 과거사 속에서 일본인은 여전히 거리감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18일 AP통신의 기사도 이런 기류를 잘 짚었다. AP는 “오타니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본인 선수가 될 것”이라며 “그의 매력은 한일 간의 역사적 특수성까지 뛰어넘는다”고 전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일관계는 매우 험악했다. 2019년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국내에서 ‘노 재팬(No Japan)’ 물결이 일었고, 이후 일본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다저스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가 읽혔다. 오타니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치켜든 한국팬들은 그가 삼진을 당할 때조차 안타깝다는 듯 탄식했다. 야구나 축구 한일전에서 일본 선수단을 향해 야유를 퍼붓던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AP가 지적했듯이 한국팬의 이런 환대는 역시 오타니 효과로 풀이된다. 그간 새로 전해진 오타니에 관한 미담은 흘러넘친다. 자신에게 등번호를 양보한 선수의 아내에게 감사의 의미로 고급 스포츠카를 선물한다든지, 일본 내 2만 개의 초등학교에 야구 글러브를 기부한다든지 하는 모습은 그의 됨됨이를 잘 보여준다. 인터뷰 말 한마디에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배어 있다. 내용뿐 아니라 태도에서 진정성이 묻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니 그에게 계속 빠져들고, 그가 일본인임을 떠나 충분히 호평받을 자격을 지닌 세계인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친일(親日), 반일 논쟁을 넘어 극일과 지일(知日)로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인물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오타니도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영어다. 2018년 MLB 데뷔한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오타니는 아직도 영어가 서툴러 보인다. 공식 행사엔 항상 영어 통역을 동행한다. 그동안 대중 앞에서 영어 스피치를 한 것도 2차례에 불과하다. 손흥민이 영어로 유창하게 인터뷰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나 영어 좀 못하면 어떠한가. 천재에게도 빈틈이 있는 것 같아 오히려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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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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