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원투수 K-배터리[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1 11:38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철호 논설고문

한국GM은 2014년 이후 8년 연속 적자였다.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2022년엔 인천 부평2공장 문까지 닫았다. 르노코리아도 자산 팔기에 바빴다. 2023년 새로 나온 신차는 없었고 경기도 기흥연구소마저 2000억 원대에 팔려고 한다. 르노의 일본 공장보다 인건비는 15% 높고 노동생산성은 낮았다. 두 회사 모두 언제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미운 오리 새끼였다. 1차 협력업체 등 15만여 명의 종업원은 가슴을 졸였다.

최근 기류가 확 바뀌었다. 2022년 르노코리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7.8% 증가한 16만9641대였다. 특히 수출이 63%인 11만7020대나 됐는데, XM3의 하이브리드 모델이 최고 효자였다. 르노는 지난해 중국에서 철수한 뒤 “부산공장은 아시아 유일의 생산기지”라며 전향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GM도 부평공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생산을 위해 11억6000만 달러(약 1조5000억 원) 투자 의향을 표명했다가 지난 8일 일단 취소했다. 미국 대선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노조 표를 의식해 “자동차 배출가스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기차 비중 목표를 낮추기로 했다. 서둘러 PHEV를 생산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요즘 르노 부산공장은 ‘오로라 프로젝트’로 활기가 넘쳐난다. 르노와 중국 지리자동차가 손잡고 202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쏟아부어 부산공장을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생산기지로 만드는 청사진이다. GM도 한국 배터리와 전동화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다시 PHEV에 투자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원화 환율이 올라 수출 가격 경쟁력도 되살아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만 장착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품질의 대명사’인 토요타자동차도 2022년 전기차를 선보였다가 바퀴가 빠지는 망신을 당했다. 전체 전기차를 리콜해야 하는 대형 참사였다. 전기차의 높은 토크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했다가 빠른 가속과 정지를 거듭하면서 차축과 바퀴를 고정하는 볼트가 빠져 버린 것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차체, 고속화 모터, 고밀도 배터리셀 등의 합작품이다. 새로운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K-배터리가 죽어가던 한국GM과 르노코리아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