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선정 기준은 기술력[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1 11:41
  • 업데이트 2024-03-2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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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신 정치부 선임기자

이지스구축함 보유국은 미국, 일본, 한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이지스 전투체계까지 자체 제작하는 이지스함 개발국은 미국, 중국뿐이다. HD현대중공업이 3년간 천신만고 끝에 ‘한국형 이지스구축함(KDDX)’ 기본설계에 성공했다. 우리가 이지스함 3번째 개발국 도전 출발선에 선 것이다. 세계 최초로 25㎿급 대용량·고출력 추진전동기를 탑재한 ‘전기식 통합추진체계’가 적용된 KDDX 전력화에 성공하면 중국 이지스함 성능을 능가해 해군력 급성장은 물론 K-방산 수출 4강 엔진이 될 것이다. HD현대중의 정조대왕함은 기술 원조국인 미국 이지스함에 필적한다. 세계 최고 수준 ‘이지스함’ 건조역량, 가성비까지 갖춘 6000t급 미니 이지스함으로 이제 역수출 기회까지 넘보는 단계다.

2030년까지 선도함을 전력화하고 2030년대 중반까지 5척을 양산하는 7조8000억 원대 KDDX 사업이 K-함정 대표주자인 HD현대중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DSME) 간 ‘너 죽고 나 살기식 무한 수주쟁탈전’에 빠져든 현실은 안타깝다. 소요기획 단계에서 해군이 발주해 DSME가 기술 지원을 받아 수행한 KDDX 개념설계 열람 과정에서 불법 촬영이 적발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HD현대중은 2025년 11월까지 군함 입찰 시 보안감점 1.8점 3년여의 페널티를 적용받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대중의 KDDX 입찰 참가 자격까지 제한할 수 없다는 방위사업청 결정에 반발, 지난 4일 HD현대중을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로 비화했다. 한화오션도 2016년 기무사로부터 군사기밀 관련 보안사고 조사를 받고 NAS 서버에 다운받은 업무용 개인PC에 다량 보유한 사실이 적발돼 4명이 중징계 처분 요구를 받고, 1년간 보안감점 1.5점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함정 건조업체들은 지나친 출혈경쟁과 저가경쟁 입찰에 무방비 노출돼 만성 적자에 허덕여 왔다. 연구소와 군은 업체에 적극적으로 개념설계 연구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기밀 외부 유출 방지를 이유로 소극적 열람만 허용했다. 그 결과 기술력보다 보안감점이 수주 성패를 좌우해 함정 생태계는 황폐해졌다. 허술한 보안으로 한화오션은 2016∼2021년 3차례 해킹 시도 등으로 국익에 악영향을 끼쳤다. 누구의 책임인가?

방사청 개청 후 18번의 함정 연구·개발에서 ‘기본설계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건조한다’는 원칙이 불문율로 자리 잡게 됐다.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업체가 서로 달라 건조 공기 추가 소요로 적기 전력화에 차질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상세설계업체가 기본설계 내용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어려워 소요군 및 조선소에 불이익이 발생할뿐더러, 성능 및 품질 저하 가능성도 커지고, 양산 후 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해결 방안 도출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KDDX 전력화가 늦춰지면 추가 비용 발생과 해군력·수출경쟁력 약화로 K-방산 수출 4강 꿈은 멀어질 게 뻔하다. 한반도 안보 상황과 최근 미국 함정산업 퇴조 등을 고려해 복수의 함정기업이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 일본처럼 전문화·계열화 논의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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