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아르헨 말장난[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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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Don’t cry for me, Argentina)’는 아르헨티나의 전 퍼스트레이디인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다. ‘민중의 성모’라고 불리며 33세에 암으로 사망한 에바는 악녀와 성녀의 두 얼굴을 하고 있다. 노동자와 빈민계급에는 한없이 자비롭고 성스러운 국모였지만, 기득권층엔 냉혹한 악녀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편인 후안 페론 대통령은 민중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반대자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자행했고, 에바도 사치에 빠졌다. 좌파 포퓰리즘의 대명사인 ‘페론주의’가 아르헨티나의 재정 파탄에 일등 공신이 되면서 에바 신화의 환상은 깨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페론주의 타파를 내걸고 당선된 ‘괴짜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53) 대통령은 극심한 경제난과 치솟는 빈곤율을 극복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외국 자본 배제, 복지 확대와 임금 인상, 산업의 국유화 등을 내건 페론주의가 남긴 유산을 청산하는 게 쉽지 않다.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했고 국가부채도 지난 4년간 962억 달러(약 125조 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211%다. 우리나라는 이번 달 물가가 3.1% 상승하면서 사과, 대파가 총선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르헨티나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런데 요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정권이 이번 선거에서 1당이 되거나 과반수를 차지하면 영원히 아르헨티나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다른 사람도 아닌 ‘퍼주기의 달인’ 이 대표가 아르헨티나를 자주 언급하자 정치권 인사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국민 1인당 연 100만 원 지급 등 기본 시리즈에 전 국민 지원금 1인당 25만 원 지급 등을 외치는 이 대표야말로 한국판 페론주의자이다. 생리대에 탈모 치료까지 무료로 해 주겠다는 이 대표가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망가진 아르헨티나를 언급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주장처럼 역공의 달인이다. 여당이 공격하기에 앞서 미리 역공을 취해 논쟁으로 만들어버리는 탁월한 언변이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진짜 그런 줄 알았느냐”라고 간단히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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