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보면 변기통 뒤지는 기분… 거짓 소문이 사실로”

  • 문화일보
  • 입력 2024-03-28 11:42
  • 업데이트 2024-03-2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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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힘찬 작가가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인터넷상의 자극적 공격과 악성 댓글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소설 ‘백만 유튜버 죽이기’로 사이버 렉카 고발한 박힘찬

“자극적 얘기 검증않고 확신
유튜브 민낯 알리려고 집필
내용 믿기전 한번 더 의심을
공감·불편함 동시에 느끼길”


“사람들은 자극적인 영상에 나오는 이야기를 검증 없이 너무 쉽게 믿어요. 그렇게 소문은 사실이 되죠. 적어도 믿기 전에 한 번 더 의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10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스(구 소련여자)’ 유튜브 채널의 박힘찬 편집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백만 유튜버 죽이기’(오러)를 펴냈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만난 박 작가는 “유튜브 세계의 민낯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창작 이유를 밝혔다.

소설의 주인공은 평범한 취준생으로 별생각 없이 게시한 유명인 비난 글이 화제를 모으자 유명인을 무차별 공격하는 ‘사이버 렉카’ 채널을 개설해 활동하게 된다. 그가 올린 영상으로 현실 속 사람들은 재기 불능 상태로 망가지고 끝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소설은 사이버 렉카 간 고발 공방으로 치달아가다 ‘죽기 전까지 소문은 멈추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드러내며 가십 추종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소설에는 악성 댓글이 빼곡하다. 현실감을 위해 욕설과 은어의 편집을 최소화한 댓글들은 작가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실제 목격하고 수집한 것들이다.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박 작가는 지인인 크리스와 함께 재미 삼아 촬영한 ‘호날두 유니폼 불태우는 빡친 외국인 영상’을 게시하며 유튜브 세계에 입문했다. 솔직한 일상 콘텐츠를 통해 활동 2년 만에 ‘백만 유튜버’가 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악플에 시달리며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채널을 운영하며 악플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변기통을 뒤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악성 댓글을 묻자 그는 “아주 단순한 욕설로 이루어진 댓글이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올린 다른 글에는 강아지, 아이들과의 행복한 일상이 담겨있었어요. 이중성을 목격한 뒤부터 한동안은 새로운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소름이 돋았어요”라고 답했다. 작가가 소설에서 집중한 부분도 이 같은 인간의 이중성이다. 박 작가는 “소설을 읽으며 사람들이 불편함과 공감을 동시에 느끼길 바란다”며 “주인공에게 이입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고 ‘이건 너무 심한데’라고 생각하며 불쾌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튜브를 재개한 박 작가는 인터뷰를 마치며 “채널을 사랑해주셨던 구독자 분들이 책을 읽으며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블랙 코미디라는 우리만의 방법으로 계속해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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