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것인가[이용식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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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염치 대 파렴치 內戰 된 총선
李+曺 과반 땐 재판부도 겁박
200석 넘기면 현 정권은 붕괴

위기 더 키우는 尹대통령 불통
호남과 40대는 묻지 마 野 지지
몰상식 세력 득세는 망국의 길


이번 총선은 보수·진보 이념 경쟁도, 실력파 대 운동권 대결도 아니다. 상식과 몰상식, 염치와 파렴치의 내전(內戰)이다. 앞에선 정의를 외치면서 뒤에선 비리를 저지른 위선자들이 이렇게 많이 나선 선거는 없었다. 주요 야당 대표들부터 그렇고, 부도덕한 후보들 상당수가 유리한 선거구에 공천을 받았다. 총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재명+조국 세력이 윤석열+한동훈 정권에 승리하면 국민의 윤리·도덕·가치관부터 뒤집힌다.

현재로선 범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의 1차 방어선은 ‘범여권 140석, 범야권 160석’이다. 그래도 야당은 단독으로 법률을 만들고, 장관과 판·검사 탄핵소추에 나서고, 국정조사와 특검 칼날을 휘두를 수 있다. 여권의 2차 방어선은 야권 180석이다. 국회선진화법에 입각한 저항 수단마저 무너지는 마지노선이다. 범야권 200석은 3차 방어선이라기보다 현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무력화, 대통령 탄핵소추, 개헌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사퇴하고 대선을 앞당기는 게 나을지 모른다. 내각제 국가에선 내각 불신임과 조기 총선이 낯선 시나리오도 아니다.

형사범죄 피고인들인 이재명·조국 대표의 전략도 이에 맞춰져 있다. 1차 목표는, 재판을 최대한 늦춰 차기 대선(2027년 3월 3일)까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막는 것이다. 판·검사 탄핵소추가 좋은 방법이다. 더 확실한 방안은 대통령 탄핵이나 개헌으로 대선을 앞당기는 것이다. 이미 2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옹립해 사면을 받아내면 된다. 두 사람은 벌써 “3년은 길다”고 합창한다.

국가는 어느 날 갑자기 외부 침략을 받아 멸망하지 않는다. 이미 내부 타락과 분열로 툭 치면 쓰러질 정도로 썩어 있다. 로마 말기가 그랬고, 정조(正祖) 이후 1800년대 조선과 대한제국이 그랬다. 이번 총선을 앞둔 분위기도 그렇다. 윤 정권 출범 2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우선, 윤 대통령이 자초했다. 기자회견 거부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소동에서부터 이종섭·황상무 파문까지의 대응을 보면, 대학 시절부터 2년 전 대선 후보 때까지의 ‘열린 윤석열’은 사라지고, 불통과 오기 이미지로 바뀌었다.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 참모들과도 벽을 쌓고 강경 보수 유튜버에 휘둘리는 것 같다. 총선 열세는, 한동훈 여당 비대위원장이 보수 정체성을 저버린 탓으로 여긴다고 한다. 선거에 져도 여당을 전투적 보수 인사들로 재구성하고, 거대 야당이 독주하게 놔두면 정권 재창출에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까지 파다했다. ‘총선 후 김건희 특검’ 및 ‘마리 앙투아네트’ 소동 때 한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던 사실을 보면, 아주 근거 없는 것 같지도 않다.

둘째, 이재명+조국 세력의 선동 심리전이 탁월하다. 자신의 약점에 대해 궤변으로 선공한다. 이 대표보다 더 비리·욕설 시비에 휩싸인 정치인을 찾기 어려운데, 여당을 겨냥해 “정치에 무관심한 자는 가장 저질 인간에게 지배당한다”고 한다. 포퓰리즘의 달인이면서 “아르헨티나” 운운하며 걱정하는 척한다. ‘비명횡사’ 공천이야말로 정당 독재인데, 상대에 독재 프레임을 씌운다.

셋째, 호남과 40대가 이재명+조국 세력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미스터리다. 민주당은 종북 세력의 숙주가 됐고, 조국혁신당은 범법자 소굴이라고 할 만하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리고, 친노·친문 인사들을 대거 숙청했다. 40대는 단군 이래 처음으로 배고픔을 모르고 성장한 복 받은 세대다. 윤 정권이 밉더라도 반민주·반헌법·반도덕 세력에 환호해선 안 된다.

정치는 형법상 유무죄 기준이나 1+1=2 식의 산술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2년 전 대통령선거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이겼음에도 양보와 타협은 무시했다. 오만과 독선으로 비쳤고, 국민 마음은 떠나갔다. 민주국가에서 정치는 무조건 국민 공감을 더 많이 확보하는 쪽이 이긴다.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4월 11일 아침이면 어떤 나라가 될지 결판난다. 윤 정부 명맥이 유지될 것인가, 저질 인간들에게 지배당할 것인가. 윤 대통령 책임이 무겁지만, 어떤 선택이든 그 결과는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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