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얕보는 ‘부동산·전관’ 비리[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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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부동산이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국민이 부동산을 비롯한 후보자의 개인 재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공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부자가 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갑에 공천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살 때 대학생이던 딸 명의로 11억 원의 사업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 시기도 2020년 8월로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억제할 때였다. 딸은 6개월 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고, 11억 원을 대출받은 딸이 평생 낸 세금은 ‘0원’이었다. 양 후보는 편법 대출을 시인하면서도 자신의 대출로 피해를 본 사람이 없다면서 무엇이 문제냐고 항변한다. 과연 그런가. 누군가는 대출을 받지 못해 사업을 접었을 수도 있다. 대학생도 11억 원을 대출받는데 나는 뭔가 하는 수많은 청년의 허탈함은 어찌할까.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는 2채 이상의 부동산을 가진 경기도 공직자들을 승진 심사에서 모두 제외해 불이익을 줬다. 그토록 공직자의 부동산 문제에 엄격했던 이 대표가 ‘찐명’ 양 후보에 대해선 말이 없다.

그 밖에도 민주당 경기 화성을 공영운 후보는 현대차 부사장 시절 매입했던 서울 성수동의 땅과 건물을 2021년 4월, 당시 군 복무 중이던 아들에게 갑자기 증여했는데, 바로 다음 날 이 지역에 공 후보와 같은 방식의 증여는 금지됐다.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공교롭다. 민주당 서울 관악갑 박민규 후보는 본인 명의로 11채의 오피스텔과 일가 명의로 수십 채를 가지고 있고,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이수정 후보는 서울 서초구와 용산에 아파트 4채를 가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공직 후보자가 다수의 주거용 부동산을 갖는 것은 분명 국민 정서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후보자의 재산과 관련한 또 다른 이슈는 전관예우로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경우다. 법조인들의 경우가 많은데, 이미 역대 정부에서 총리를 비롯한 공직 후보자들이 전관예우로 불어난 재산 때문에 낙마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1번 박은정 후보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으로 퇴임 후 1년 만에 160여 건을 수임하고 재산이 41억 원이나 늘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박 후보는 전관예우라면 최소한 160억 원은 벌었어야 했단다. 변호사들이 차고 넘쳐 6급 공무원으로 취업하는 세상에 착수금만 억대를 버는 사건을 2∼3일에 한 건 수임해 놓고도 전관예우가 아니라니 그런 억지가 어디 있는가. 같은 당 비례 2번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계약서를 다 썼으니 전관예우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놨다. 1년 전 그는 전관예우는 ‘전관범죄’라며 극도의 혐오를 보였었다. 두 사람이 속한 조국혁신당은 검찰 독재라며 검찰개혁을 공약했는데, 이런 고무줄 잣대로 검찰개혁을 한다니 기가 찬다.

듣기조차 민망한 막말과 궤변이 난무하니 선거판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다. 여론조사 전화가 오면 아예 거절하거나 스팸 등록을 해 버리니 지금 100% 휴대전화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가 맞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내 한 표가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마음으로 모두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크고 단단한 댐도 작은 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진다. 부동산과 전관예우가 선거판을 어떻게 뒤흔들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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