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 뒤 총선, 한국경제 운명도 가른다[이관범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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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산업부장

日은 고립주의 벗고 각성 신호
우리보다 먼저 우버 도입 태세
보조금 경쟁 속 ‘게임 체인저’

韓은 대기업 특혜 프레임 갇혀
규제 양산에 갈라파고스 전락
총선은 경제전쟁 승패도 결정


일본이 오랜 ‘고립주의’를 벗고 다시 깨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우버’로 잘 알려진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승차 공유는 택시 면허가 없는 사람이 자가용 차량으로 요금을 받고 승객을 태우는 서비스를 뜻한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택시 회사와 제휴한 반쪽짜리 승차 공유 서비스만 허용해 왔지만, 저출생에 따른 노동 인력 감소와 엔저에 따른 관광객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 철폐에 나서기로 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로 전락할 판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 금융청이 지난해 말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를 초청한 ‘재팬위크(Japan Week)’ 행사에서 기시다 총리는 1경 원을 웃도는 자금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등을 만나 “규제 개혁을 통해 더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핑크 CEO는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 정도가 (일본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보였던) 1980년대와 비견할 만하다”고 화답했다. 10년 전만 해도 2만 선을 밑돌았던 일본 닛케이 지수는 지난 3월 사상 처음으로 4만 선을 돌파한 뒤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올 2월 26일에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劉德音) 회장과 만나 반도체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다음 날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CEO를 만나 인공지능(AI)과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일본이 경제 안보 전쟁의 한복판에서 반도체 부활을 외치며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TSMC 공장 유치를 위해 이미 약 4조 원을 지원한 데 이어 추가로 약 8조 원의 보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4일 구마모토(熊本)현 기쿠요마치에서 가동에 들어간 TSMC 제1공장은 통상 4∼5년 걸릴 공사 기간을 불과 2년 미만으로 단축했다. 지금은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12∼28㎚(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오는 2027년에 가동하는 2공장에서는 6㎚급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이 한 팀이 돼 첨단 전략산업 육성에 나서는 신(新)보호무역주의 시대로 국제 정세는 급변 중이다. 자유무역주의를 선창해온 미국조차 아시아에 빼앗긴 반도체 패권을 되찾기 위해 70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수출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과거 자유무역주의 문법에선 수입 제한 조치나 고율 관세를 물어야 하는 명백한 반칙 행위였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조차 무역장벽을 ‘주권적 권리’로 해석하는 양상이다. 국제 통상 분쟁의 심판자인 세계무역기구(WTO)는 사실상 형해화한 상황이다.

한국만 ‘갈라파고스’처럼 과거에 못 박혀 있다. 대기업 특혜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과 국회는 변화를 외면한 채 표 계산에만 몰두한다. 되레 지난 정부와 제21대 국회는 기업에 족쇄만 남발했다.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규제 건수는 제17대 국회의 5728건에서 21대 국회의 2만3352건으로 약 4배로 불어났다. 사전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의원 입법은 규제 법안 남발과 투자·고용 위축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미국 기업 800여 사가 가입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탈중국 기업을 유치할 절호의 기회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등 한국만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했다. 법인세는 한국이 26%로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를 웃돌고, 상속세는 최대 65%로 OECD 최고 수준이다. 경제 체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한국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2020년만 해도 2.4%를 기록했지만, 2040년부터는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우려된다. 성장동력 약화로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현상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중요하다. 이 같은 시대 변화에 부응해 ‘원팀’이 될 수 있는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무더기로 박아 둔, 기업을 옥죄는 대못들을 22대 국회에서 뽑아내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결국 ‘예정된 저성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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