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각심 높여야 할 선거 직전 가짜뉴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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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투표가 오는 5, 6일 이틀 동안 실시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그 생명은 공정이다. 불법·타락·흑색선전 등에 의해 왜곡된 민의는 민의가 아니고, 민의에 따르지 않은 불공정 선거는 민주주의에 반한다.

선거 때마다 판치던 돈봉투나 선심 관광은 옛 얘기가 됐지만, 흑색선전은 여전하다. 흑색선전이 요즘에는 가짜뉴스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허위 사실을 언론 매체로 퍼뜨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수십 개에 불과한 신문·방송에 선거 관련 가짜뉴스를 싣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언론 매체를 통한 가짜뉴스가 드물기도 했거니와 허위임을 밝혀내기도 비교적 쉬웠다. 그러나 지금은 1인 인터넷 매체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더욱이 평범한 개인도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쉽게 만들어 순식간에 퍼뜨릴 수 있는 세상이다.

반면, 가짜뉴스임을 밝혀내기는 힘들다. 특히, 가짜뉴스가 ‘빛의 속도’로 퍼지므로 사전에 밝혀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내용이 예민하고 파괴력이 클수록 더 빠르게 전파돼 사람들의 머릿속에 들어간 뒤 가짜뉴스임이 밝혀진들 그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갔으니 가짜뉴스는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 건재한다. 게다가 요즘은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포장돼 있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초등학생도 진짜 같은 가짜 사진, 심지어 가짜 동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지금 온라인에는 전현직 대통령과 유력 인사들의 가짜 동영상이 진짜 동영상과 뒤섞여 돌아다닌다. 개중에 애교로 봐 줄 만한 것도 있긴 하지만,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나 흑색선전도 넘쳐난다.

선거 때 돈봉투나 선심 관광은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후보 진영에서나 시도하겠지만, 가짜뉴스는 후보 진영은 물론 지지자나 반대자가 만들 수도 있고, 심지어 심심풀이로 만들기도 한다. 만들기도 쉽고 비용도 거의 안 든다. 투표를 앞두고 가짜뉴스 때문에 유권자가 판단을 그르친다면 공정한 선거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첨단 기술과 결합한 가짜뉴스는 그 어떤 흑색선전보다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의 한 세션에 ‘기술, 선거 및 가짜뉴스’가 포함된 이유이기도 하다. IT 기술에 의한 가짜뉴스가 전 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가짜뉴스와 허위 선동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해 배후까지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필요한 조치임은 분명하지만, 가짜뉴스로 인한 불공정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면 가짜뉴스가 가짜임이 밝혀지기도 전에 선거는 끝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병역비리 범죄자가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 녹음 테이프라면서 흔들어대는 거짓말에 표(票)를 도둑맞은 적이 있다. 가짜뉴스는 ‘표 도둑’이다.

투표를 앞두고 후보에 관한 특이한 뉴스가 나오면 일단 그 뉴스의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 볼 일이다. 사실이 확인되거나 적어도 공신력 있는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 전에는 선뜻 믿지 말아야 한다. 이런 신중함이 민주 시민의 덕성 중 하나가 됐다. ‘내 표는 내가 지킨다’는 자세로 가짜뉴스에 눈을 부릅뜰 때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교 세종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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