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상납, 나베” 여성 비하 野 유유상종[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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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당신이 솔선해서 올바르게 행동하면 누가 감히 올바르지 못한 짓을 하겠는가.’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는 정치의 정(政)과 올바르다는 뜻의 정(正)이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해 정치는 올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올발라야 하는 대상은 우선 자기 자신이다. 그런 후에 본인이 대표하고자 하는 국민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 ‘대학’에서 말하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와 같은 말이다.

제22대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총선이 채 일주일도 안 남았다. 욕설·비방·막말이 난무하는 정치의 현장에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더 나은 정책을 지향하는 경쟁은 실종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는 현재의 재정제도가 지속된다는 전제 아래 모든 인구 시나리오에서 장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인구 고령화로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제고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노동 공급의 감소, 고령층 고용의 질 저하, 고령층 가구의 소비 성향 둔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총선 공약 등 정치적 재정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증세 등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달빛고속철도, 지역 공항 등 신규 지역 투자 수요는 총선 후 국민에게 청구서로 돌아올 게 분명하다.

국정을 이끌어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최선의 후보 고르기가 아니라 최악을 피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경기 수원시정에 입후보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 후보는 2022년 한 유튜브 방송에서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김활란 씨가 미군정 시기에 이대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性)상납시켰다고 했다. 역사학자로서 증언과 기록에 바탕을 둔 내용이라고 한 궤변은 사실이 아니다. 1950년대 초 위문단을 조직해 부산 근처 군부대를 방문한 것과 김 후보의 발언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밖에도 김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위안부와 성관계를 했을 것, 교사일 때 초등학교 학생과 성관계를 가졌을 것이라는 등의 막말을 했다. 김 후보는 한신대 교수로서 역사학자는 물론 국회의원 자격도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구을 후보를 향해 ‘나베’란 별명으로 불린다고 했다. 나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이름과 섞어 나 후보를 비방한 조어로, 일본어로 쓰면 냄비라는 뜻이며 매춘부를 빗대는 성적 비하 표현이다. 나 후보가 2004년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을 연결하려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을 신(新)한일전이라 주장하고 외교전쟁에 비유하는 논리와 선동도 심각한 문제지만, 여성 비하 표현을 자주 입에 올리는 이 대표의 습관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런 저급한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수준 미달의 후보들은 퇴출돼야 마땅하다. 법적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정치의 장에서 유권자들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후보를 투표로써 과감하게 걸러내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가 혼탁해도 도망갈 수 없다(exit)면 목소리를 내라(voice)고 한 경제사상가 앨버트 허시먼의 조언이 새삼 가슴을 울리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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