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열풍’이란 신기루[뉴스와 시각]

  • 문화일보
  • 입력 2024-04-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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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권 사회부 차장

국민적 관심이 정부와 의료계의 의대 증원 갈등에 초점이 맞춰 있는 사이, 대입 학원가는 조용히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교육업체가 전국을 돌며 여는 의대 입시 설명회에는 직장인, 반수생, 이공대 학생은 물론, 의대를 준비하지 않던 수험생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대 증원분의 80% 이상을 지방에 배분한다고 하니, 지방 유학을 고민하는 초등학생 학부모까지 늘어나고 있다.

의대 열풍은 분명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의술·인술 실천을 위한 의대 진학이라면 응원하겠지만, 상당수는 의사에 대한 적성보다는 고수익 등 경제적 이유로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19세 청소년의 직업 선택 요인 1위는 ‘수입’(35.7%)으로 ‘적성·흥미’(30.6%)보다 높았다. 2013년 같은 조사에선 적성·흥미(38.1%)가 수입(25.5%)보다 높았다. 저성장 시대에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이 ‘고수익 평생직업’을 선호한다고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의대가 미래 세대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 먼저 고수익이라는 판단부터 가까운 미래에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재 간단한 시술 등이 고난도 수술보다 고수익을 얻는 의료 행태는 비정상적인 의료제도에서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이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필수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의료개혁에 나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인공지능(AI) 등의 발전으로 의사 직종의 상당수는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미 진단과 판독 기술은 AI가 더 정확하며, 정교한 수술은 의사의 손 대신 로봇 장비가 대체해 가고 있다. 수술실에 의사들이 모여 집도하고 보조하는 시대는 조만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첨단 의료 기술이 상용화하고 의료 불균형이 정책적으로 해소되면, 의사의 수입은 의대에 열광하는 이들의 기대치보다 낮아질 게 분명하다. 수입으로만 보면 첨단장비를 연구하는 이공계 대학이 더 유망할 수 있다.

아울러 의사란 직업은 수입보다 사명감이 우선이어야 한다. 의사는 힘든 직업이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수시 호출받는 의사는 다른 직종에 비해 고될 수밖에 없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만큼 강한 책임감, 환자의 아픔을 이해하는 대인관계 능력과 공감 능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적으로 존경받았던 직종 또한 의사다. 판사(判事), 검사(檢事)와 달리 ‘의사(醫師)’에 스승(師)이 붙는 이유다.

10여 년 전에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진의 ‘좋은 의사의 특성’이란 논문이 영국 의학교육학술지에 실려 화제가 됐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좋은 의사의 특성을 7가지로 정리했는데, 인간을 이해하고, 환자와 공감하고,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가치관을 확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사회지도자로서의 역할 이해와 사회 환원도 덕목에 포함됐다. 직업에 대한 만족감이 마지막 특성이었는데, 이것이 현재와 같은 고수익이나 안정성만을 의미하지는 않아 보인다. 미래 인재들에게 말하고 싶다. 힘들지만 좋은 의사를 원한다면 의대 입시를 준비하되, ‘고수익 평생직업’을 위한 것이라면 잘못 판단했으니 재검토하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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