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 한국 반도체[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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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반도체가 봄을 맞았지만,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점점 가열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일본의 천문학적인 보조금 정책이 최첨단 생산설비를 끌어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대대적인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보조금 규모는 압도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얼마 전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에 총 116억 달러(약 15조70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자국의 인텔 지원금(195억 달러)에 버금간다. 이에 TSMC는 대미 투자액을 50% 이상 크게 늘리고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최첨단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 정부는 삼성전자에도 6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할 전망이다. 미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해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을 빠르게 실천하고 있다. 일본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월 완공된 규슈의 TSMC 제1공장에 4760억 엔(약 4조2000억 원)을 지원한 데 이어,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올해 말 착공할 같은 지역의 이 회사 제2공장엔 이보다 많은 7300억 엔(6조5000억 원)을 푼다. 그야말로 초격차 전쟁이다.

실제 미 업체들의 공세가 대단하다. 인텔은 삼성전자·TSMC와 똑같이 2027년부터 최첨단인 1.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나섰다. D램 만년 3위이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양산에 들어갔다. 물론 우리 업체들의 대응도 공격적이다. SK는 지난달부터 HBM3E 양산을 본격화해 AI 반도체의 제왕 엔비디아에 납품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2∼3년 뒤 반도체 1위 복귀를 선언하며 야심 찬 계획들을 내놨다. 엔비디아의 아성인 AI 가속기를 내년부터 양산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반도체는 국가 간 경제안보 전쟁이다. 민간업체만으론 경쟁이 안 된다. 여야는 총선에서 모두 반도체 공약을 제시했지만, 투자세액공제(15%) 연장 정도로는 실효성이 없다. 반도체 투자는 한 건당 수조·수십조 원이다. 인재 빼가기까지 벌어진다. 정부는 물론 거야(巨野) 제22대 국회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투자를 키울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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