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부모가 50대 자식을 돌보는 日… 머잖은 우리 미래[정신과 의사의 서재]

  • 문화일보
  • 입력 2024-04-12 09:20
  • 업데이트 2024-04-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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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의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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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부쩍 내 환자들이 나이 들어 가는 걸 경험한다. 혼자 다니던 분이 몇 년 전 자식과 함께 오기 시작하고, 결국 휠체어를 타고 오다 “요양원에 들어가셨어요”라며 자식이 약만 받으러 온다.

작년 11월 18.9%였던 65세 인구 비중은 올해 3월 19.2%로 증가했다. 한 달에 0.1%씩 느는 셈이니, 곧 20%가 될 것이다. 아이 돌보미를 외국인으로 고용한다는데, 그보다 간병인의 수급이 더 시급한 현실로 보인다.

김웅철의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이 남의 얘기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였다. 내 부모의 가까운 미래이자 나의 머지않은 미래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이란 오랜 경기침체를 겪었다. 그사이에 엄청난 돈이 저축으로 쌓여 있고, 개인금융자산의 3분의 2가 60세 이상의 고령자의 저축이며, 75세 이상의 자산이 22%나 된다. 실은 꽤 유복한데도, 돈이 다 떨어진 다음에도 살아있을까 봐 겁이 나서 미리 자식에게 물려주거나 써버리지 못한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치매에 걸려 판단능력이 떨어져 경제적으로 곤란해지는 상황까지 생겼다. ‘치매머니’라 하는데 2017년 기준 143조 엔이나 되고, 2030년에는 국내총생산의 40%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국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성년후견인 제도를 재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30세 이하 손자에게 교육자금을 1500만 엔까지 비과세로 증여하고, 손자의 날을 만들어서 조부모가 큰 손이 되는 문화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아이들의 비싼 책가방, 자주 사야 하는 신발은 할머니 주머니에서 기꺼이 지불하자고 한다.

내게 흥미로운 부분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나이 들어 중년에 진입하고, 부모가 자신의 사후에 이들의 삶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80세 부모가 50세 자식을 돌보는 8050문제로 이름 붙였다. 실제 내 진료실에서도 걷기 힘들어하는 늙은 부모가 활력 없이 집에서 지내는 자식을 데리고 오고 있다. 책에서는 이들을 위해 전기, 가스를 자식의 명의로 바꾸고, 최소한의 취사와 살림을 혼자 할 수 있는 훈련을 하도록 권한다.

요양원에서 치매노인을 위해 가짜 버스 정류장을 만들어서 활용하는 사례는 짠했다. 집으로 가겠다고 우기는 노인을 정류장으로 데려가면 시간이 지나 왜 거기에 왔는지 잊어버리고 요양원으로 순순히 돌아간다는 것. 애를 써서 고민하고 대처할 것이 많이 보였다.

읽고 나니 무병장수가 축복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며 예측 가능하게 충분히 쓸 만큼 쓰고 즐기다 원하는 시점에 알아서 내 삶의 스위치를 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의학과 경제발전은 어느새 저주로 기울어지는 듯하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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