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관, ‘대사 갑질 보도’ 뒤 취재 통제 논란…특파원 “對언론 갑질 멈춰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정재호 대사의 이른바 ‘갑질 의혹’으로 외교부 조사를 받은 주중한국대사관이 한국 매체 주중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취재 사전 허가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현지에 파견된 국내 언론사 특파원들은 항의 성명을 냈다.

주중대사관은 29일 오전 한국 특파원들에게 "특파원 대상 브리핑 참석 이외 취재를 위해 대사관 출입이 필요할 경우 최소 24시간 이전에 출입 일시(평일 업무시간 내), 인원, 취재 목적을 포함한 필요 사항을 대사관에 신청해주기 바란다"며 "신청 사항을 검토 후 출입 가능 여부 및 관련 사항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이어 대사관은 "사전 신청 절차를 도입한 것은 최근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해 브리핑 외의 시간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대사관 시설에 외부인이 사전 협의 없이 출입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공관도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베이징 특파원들은 대사관 출입증을 발급받은 뒤 별다른 제재 없이 대사관을 출입할 수 있었던 만큼 이는 사실상 사전에 취재 허가를 받아야 대사관에 들어올 수 있다는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 해당 사안에 대해 특파원들과 별다른 사전 협의나 논의 등은 없었다. 이 같은 ‘취재 사전 허가제’는 미국 워싱턴이나 프랑스 파리 등 한국 기자들이 많이 파견되어 있는 한국대사관에서도 요구한 적 없는 제도다.

주중 대사관의 이번 조치를 놓고 주중 대사의 직원 ‘갑질 의혹’ 논란 보도에 대응해 대사관 측이 사실상 보복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 대사는 대사관에 함께 근무하는 주재관에게 폭언 등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는 고발을 당해 외교부 차원에서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주중 한국 언론 특파원들은 30일 ‘정재호 대사, 대(對)언론 갑질 멈추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특파원 대사관 출입을 사실상 ‘허가제’로 바꾸고, 취재 목적을 사전 검열하겠다는 것이고 정 대사의 독단적 판단과 사적 보복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한중 관계가 변곡점에 놓인 상황에서 주중대사관이 불통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현 상황은 심각한 국익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의 보도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최근의 언론환경을 고려했을 때, ‘24시간 이전 신청’은 취재 원천 봉쇄 조치"라며 "언론 자유를 침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