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구령 위반’ 트럼프, 벌금 9000달러… 법원 “재판 관계자 또 비방하면 수감”

‘성추문 입막음’ 사건 판사 경고
증인·검사·배심원 9차례 공격

트럼프 “싸움 멈추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본인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 재판 관계자에 대한 비방금지명령을 위반해 9000달러(약 125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담당 판사는 명령 위반 재발 시 감옥에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30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SNS와 대선 캠프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총 9차례 증인과 배심원을 공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1건당 1000달러씩 총 90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머천 판사는 벌금 부과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게시글 삭제를 명령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이번 재판과 관련된 증인과 검사, 법원 직원, 배심원 등을 비방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린 바 있다. 비방 금지 대상에는 이들의 가족도 포함됐다.

머천 판사는 “법원은 적법한 명령을 지속해서 의도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은 피고인의 수정헌법 1조(표현의 자유) 권리를 잘 알고 있고, 해당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입장”이라면서도 명령 위반이 지속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감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형법상 모욕죄는 건당 최대 30일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이날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일정 도중인 5월 17일 막내아들 배런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 탓에 아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할 수 있다며 머천 판사를 공격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용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판결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 이메일을 통해 “그들은 나를 말리고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싸우는 것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판사가 나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며 선거 기부금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더힐에 따르면 7곳 경합지(조지아·애리조나·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네바다·미시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두 오차 범위 내 우세인 만큼 초박빙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더힐은 설명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