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文 무능’ 답습 말아야 한다[이미숙의 시론]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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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일본 정부는 네이버 축출 착수
대통령실은 기업 문제로 치부
文정부 화웨이 방치와 닮은 꼴

CPTPP 가입 의지 밝혀 놓고
총선 패배 후 “매력 없다” 궤변
경제안보用 통상 방치 말아야


출범 2주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무능 행태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야후 문제가 한일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 뚜렷해진 상황에서도 윤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하다.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의 이용자 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 형식으로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거듭 압박하자 라인야후 경영진은 8일 정부 지침에 따르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50만 건 정보 유출 사태 이후 행정지도 명목으로 개입을 해왔는데, 정작 윤 정부는 개별 기업 문제라며 5개월여 방치했다. 총무성의 도 넘은 조치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손을 놓고 있었고, 주일대사관은 한일 우호 유지에 급급한 행태를 보였다. 윤 정부의 라인야후 사태 대응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문 정부의 수수방관식 태도와 닮은꼴이다.

문 정부는 2018년 가을 5G 이동통신 장비 선정 당시 화웨이의 보안 문제가 지적되자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방관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발표하고 영국·호주 등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화웨이 배제를 선언했을 때에도 청와대는 화웨이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중 관계를 앞세운 문 정부가 화웨이를 사실상 두둔한 것처럼, 윤 정부도 한일 관계에 집착하면서 일본의 네이버 압박에 눈을 감은 것이다.

윤 정부와 문 정부의 유사성은 라인야후 및 화웨이 문제를 넘어 국가 정책에서도 감지된다. 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으로 표류했던 연금개혁이나 전기료 인상 등 주요 정책이 윤 정부에서도 그대로 반복될 조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정학적 경쟁시대에 국부 확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통상정책인데 문 정부 때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유보 기조는 윤 정부에서도 이어질 듯하다.

문 전 대통령은 죽창가식 반일(反日)정책을 고수하면서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주도로 2018년 출범한 CPTPP를 외면했다. 수출 시장의 안정적 확보와 역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CPTPP에 가입해야 한다는 경제산업계의 주문에도 지지층의 눈치만 봤다. 그러다 퇴임 직전 서면 형식의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가입 추진을 결정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밟지 않았고 가입 신청서도 내지 않은 채 정권은 막을 내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 CPTPP에 의욕을 보였지만, 총선 완패 후 동력을 상실한 기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CPTPP 가입 공식화 방침도 유야무야된 듯하다. 최근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미국이 빠진 CPTPP는 매력이 크지 않다”고 한 데서도 그런 기류가 읽힌다. CPTPP는 단순한 다자 FTA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힘을 잃은 지정학적 충돌시대에 필요한 경제안보협정이다. 일·호주·영국 등 12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5조 달러이고, 자원 및 핵심광물 강국이 많아 공급망 확보에 유리하다. ‘금사과’ 논란을 불렀던 사과 등이 수입되면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되돌아보면, 문 전 대통령의 5년은 태평성대였다. 전임 대통령 탄핵 후 들어선 문 정부에 대한 지지는 높았고, 여대야소 국회여서 국가 개혁을 추진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갖은 미국 우선주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흔들림이 없었고 국지전도 없던 시대였다. 그런 기회를 문 정권은 김정은의 비핵화 사기극에 취한 채 친중 반일로 낭비했지만, 세계화 흐름에 부응한 기업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국부를 키우며 전진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충돌의 시대에 취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지전은 확산되고 미·중 공급망 분리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방위 위기 시대 경제안보를 위한 CPTPP 필요성은 더 커졌다.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로 선진국 진입의 길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무능을 답습하지 말고 CPTPP 가입으로 선진국의 길을 확장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과감하게 야당을 설득하면서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것이 ‘정치하는 대통령’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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