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과 공감 없인 국정 동력 못 만든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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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취임 2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1년9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삶을 바꾸는 데 노력과 성과가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지난 4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에 이어 가진 이날 기자회견은 4·10 국회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윤 대통령의 새로운 국정 운영 방식을 보여줬다. 남은 3년 임기 동안 민생의 어려움을 풀어내고 산적한 국정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데 있어 윤 정부의 새로운 방식의 정치가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를 위해 제22대에서도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을 설득하는 일과 함께 국민에게 다가가 공감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윤 정부는 외교와 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법과 원칙 그리고 합리성을 강조해 왔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무너진 원전 산업의 생태계 복원, 정부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 관리, 입시를 둘러싼 공·사 교육계의 담합과 같은 사회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합리적 정책도 국민이 반드시 이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간과했다. 또, 합리적인 정책이 현실에서는 애꿎은 피해자를 만들어 불만을 초래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부당한 실업수당 수급과 같이 정책이 방만하게 집행된 사례도 많지만, 민생 현장에서 살펴보면 불가피한 사례로 인정해야 할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뿐만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정책 현장에서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와 더불어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솔직히 사과하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에 대해 국민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두 사건과 관련해 야당이 요구하는 특별검사법은 받아들이지 않고, 진행 중인 수사의 결과를 기다려 보자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고집스러운 윤 대통령의 태도가 전혀 변한 것이 없다는 논평을 내놨다.

사실, 이번 기자회견을 계기로 여야가 대립과 갈등을 넘어 협력 관계를 복원하리라 예상하긴 쉽지 않다. 오히려 야당의 입법 폭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국정의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과제와 의대 증원, 물가 안정과 같은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와 협력이 필수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새롭게 제시한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야당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과 끊임없는 소통이다. 꾸준한 대화와 설득으로 국민의 공감을 얻는다면 국정 동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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