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역할서 ‘재생산’ 떼어내… 기성의 가치에 물음표 던지고파”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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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공동출생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그린 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을 펴낸 정지돈 작가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 2년 만에 장편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 펴낸 작가 정지돈

인공자궁서 나온 ‘체외인’ 통해
저출생 해결한 근미래 한국 그려
혼란겪겠지만 비극적 결말 아냐
다른 세상 생각해보는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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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한 발은 오늘날 한국사회에, 다른 한 발은 독특한 상상력에 담근 채 ‘인간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던져 온 소설가 정지돈(사진)이 2년 만에 장편소설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을 펴냈다. “인공 자궁이 혐오스럽나요?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주제인데요”라고 말하는 정 작가를 지난 7일 만났다.

소설은 인공 자궁 기술의 발전으로 생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적절한 수의 ‘체외인’을 만들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한 근미래 한국의 모습을 그린다. 정 작가는 “20세기와 21세기를 넘어오며 제대로 비판받지 않았던 유일한 이데올로기인 가족에서 ‘재생산’을 떼어내고 싶었다”고 소재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공동 양육으로 길러진 체외인들은 ‘일반인’과 구별되며 거주 이전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통제받는 차별의 대상이다. 정 작가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재생산이 사회 유지를 위한 의무가 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고통스러운 출산과 그런 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기는 고결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체외인은 논쟁적 대상이다. 주어지는 거주지와 직업에 만족하며 사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노력과 성취를 통해 어떻게든 일반인 지위를 얻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체외인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일반인 결사 조직도 존재한다. 그들이 겪는 차별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기시감을 준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과거 여성, 흑인들에게 가해지던 차별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인류의 역사는 차별의 역사’라는 작가의 생각은 체외인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책의 후반부에도 수차례 반복되며 강조된다.

책 제목은 디스토피아 소설의 세계적 고전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서 차용했고 인공 수정 모티브도 이어받았다. 하지만 내용과 형식은 전혀 다르다. 헉슬리의 작품이나 조지 오웰의 ‘1984’속 디스토피아가 ‘빅 브러더’와 같은 특정 대상의 ‘악마화’를 통해 비판을 가한 것과 달리 정 작가의 작품 속에는 완전한 악의 세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 작가는 “최대한 큰 자극으로 폭력을 드러내 비판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을 통해 폭력의 역사를 순환시키는 일”이라며 “소설도 옳고 그름으로 딱 나뉘지않는 세상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작가의 디스토피아가 지닌 또 다른 차별점은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소설 속 세상은 마치 혼란을 겪지만 끝나지 않는 인류의 역사처럼 멸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세계는 존재한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이 세계가 바로 그곳’이라고 말하며 답을 찾아낼 것을 응원한다. “기성의 가치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싶어요. 독자들께서 책을 읽고 다른 세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습니다.”(웃음)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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