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추미애[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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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추미애 당선인의 정치인 기질을 일찍이 알아본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DJ가 야당 총재 시절 추 당선인의 남편인 전북 정읍 출신의 서성환 변호사가 부인과 함께 찾아와 정치 입문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구 출신에 판사였던 추 당선인을 본 DJ는 서 변호사가 아닌 추 당선인에게 정계 입문을 제안했고,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공천해 당선시켰다.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서울지역 최초의 여성 국회의원이 됐다.

대구에서 태어난 추 당선인은 반골 기질이 타고난 모양이다. 한양대 법대 재학시절 고교 때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남편과 연애를 했는데, 집안에서 크게 반대했다. 격분한 부친에게 심하게 질책당했다. 부친은, 쌍용그룹 설립자로서 자유당·공화당 의원을 지낸 성곡 김성곤의 비서 출신이다. 당시 추 당선인이 태어났으며, 부친은 5·16 뒤 세탁소를 차렸다. 대학 동기인 남편은 자신보다 3년 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그해 결혼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춘천지법에서 초임 판사를 할 때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 100권이 넘는 책이 불온 서적으로 지정돼 전국 출판사·서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는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추 판사만 영장을 기각해 파문이 컸다.

정치 입문 뒤에는 2009년 야당 출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데도 노조법 개정과 관련, 야당 의원들이 반대하자 여당 의원들만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것이 ‘원죄’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때 당 대표를 하면서 인터넷 댓글 수사를 요청했는데, 공교롭게 당시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특검’을 잉태시키면서 유력한 대선 후보 한 명을 잃어버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추 당선인을 법무 장관에 임명했고, 추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을 부각시키는 바람에 ‘보수의 어머니’ ‘추나땡’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이재명 대표는 차기 국회의장으로 추 당선인을 반신반의해 초기엔 오랜 측근인 정성호 의원에게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박찬대 원내대표만으론 돌파력이 부족하다고 판단, 추 당선인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한다. ‘신의 한 수’가 될지 ‘신의 악수(惡手)’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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