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라인 사태의 이면[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4 11:43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철호 논설고문

‘라인 사태’가 한·일 대항전으로 번졌지만, 정보기술(IT) 업계가 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네이버는 지분을 비싼 값에 넘기고, 그 자금으로 인공지능(AI)에 투자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미 이사회가 일본에 넘어간 상황에서 지분만 들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 지난 10일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배경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10조 엔(약 88조 원)을 쏟아부어 자신이 장악한 Arm을 통해 AI 반도체에 승부를 걸겠다는 게 큰 그림이다. 네이버의 지분 가치는 약 1조 엔. 라인야후 지주사 A홀딩스의 지분 1주만 추가 매입해도 경영권을 장악하는 만큼 굳이 네이버 지분을 많이 사들일 이유가 없다. 손 회장 입장에선 AI 투자용 종잣돈 확보가 훨씬 다급하다.

이미 거대 범용 AI는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연합’의 독주 체제다. 유대계 자본과 네트워크가 장악하는 모양새다. 구글과 아마존의 AI는 각각 검색과 클라우딩·물류에 특화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에 AI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게 TSMC·엔비디아·AMD의 CEO인 대만계 모리스 창·젠슨 황·리사 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대만 동맹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만들어 공급하는 구도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이런 AI 동맹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투자 재원 확보부터 어려운 숙제다. 이런 판에 네이버는 올 들어 중국 알·테·쉬의 공습으로 시가총액이 6조5000억 원 넘게 날아갔다.

AI의 학습과 추론에 들어가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이미 MS·구글·아마존 등은 100조 원 이상 투자를 공언했다. 보름 전 메타가 과감한 AI 진출을 선언하자 주가가 11% 폭락했다. 이제 빅테크조차 신주 발행이나 유상 증자로 AI 투자 재원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야당은 ‘이토 히로부미’를 입에 올리고 ‘독도 방문’까지 강행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도 라인 매각 반대에 나섰다. 대일 협상력이 올라가 공동 경영이 유지되거나 가격을 올려 받으면 다행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지분 매각도 못 한 채 분쟁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라인의 시장 가치가 훼손되고 네이버는 앉아서 손해 보게 된다. 라인 사태가 반일 프레임에 갇히자 네이버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