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풀 확충에 역행한 집권세력 인사[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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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석 성균관대 행정학과 및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일반적으로 정치는 나라와 국민을 다스리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스림의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사회문제다. 즉, 다스린다는 것은 국민을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또, 정치학자 해럴드 라스웰은 정치를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요컨대, 정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떻게 얻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주인은 대리인이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것이 도덕적 해이라는 말로 널리 알려진 ‘대리인 문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결과를 명확하게 평가하거나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인인 국민이 대리인인 대통령과 정치인이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지 알기는 더욱 어렵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한다. 이것이 바로 ‘인사가 만사’인 이유다.

국정 쇄신을 강조하는 용산과 여당의 최근 인사를 두고 많은 국민이 의아해한다. 낙천·낙선자 중심의 대통령실 인사는 ‘회전문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보면서 문득 지난해 말 장·차관과 대통령실 인사를 앞두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좋은 사람을 모시라”는 대통령의 인재 풀 확충 특명이 있었다는 보도가 떠올랐다. 그런데 최근 단행된 인사는 당연한 이 특명조차 무색하게 한다. 대국민 소통과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다는 정부의 발표와도 모순된다.

인사는 국민과 고위공직자에게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등이다. 좋은 정치와 행정을 위해서는 법적 책임이 없더라도 고위공직자에게 관리적·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보은 인사나 시혜성 인사는 개인적 충성 확보 수단일 뿐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중용된 낙선·낙천자들은 민심 청취와 대국민 소통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인사는 이들이 과거의 실패에 책임이 없다는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부의 쇄신과 소통 노력뿐만 아니라 야당과 협치 노력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한다.

또 하나 생각나는 보도가 있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기사다. 앞에서 다룬 정치의 정의를 생각한다면, 대통령은 정치를 해야만 한다. 놀랍거나 뉴스 거리가 전혀 아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이 뉴스가 된다는 게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여기서 정치는 민심 청취나 대국민 소통을 말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치의 핵심은 양방향 의사소통과 타협이지 일방적인 민심 청취나 설득이 아니다. 정치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식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회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대통령 고유 권한인 막강한 인사권도 주인인 국민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대리인인 대통령에게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다. 국민을 설득하려는 인사가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국민을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정치인이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에 오히려 역차별받았다는 인사 뉴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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