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의 추락[오후여담]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6 11:34
  • 업데이트 2024-05-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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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에 더불어도, 민주도 없다는 말이 어제오늘 나온 게 아니지만, 최근에 그 정도가 더욱 심해 거의 전체주의 정당화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16일 당선인총회를 열고 제22대 국회의장 후보로 5선의 우원식 의원을 선출했다. 민주당 의석이 압도적인 국회 과반인 171석이라 국회의장에 선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좌충우돌에 싸움닭 이미지가 강한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 되는 일은 피했지만, 더 큰 문제는 의장을 뽑는 과정에서 드러난 비민주성의 극치다.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으로 국가 의전서열 2위다. 기존의 국회의원 보좌진 외에 차관급 비서실장, 1급 수석비서관 3명, 2급 비서관 4명, 3급 비서관 2명, 4급 비서관 2명 등 총 23명의 별도의 보좌인력을 둘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입헌민주주의이자 의회민주주의로, 국회가 행정부나 사법부보다 근본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국회의 대표이자 얼굴인 국회의장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낙점했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몇 달 전인 2008년 7월 말에 워싱턴의 한 대학으로 연수를 갔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 대통령에 대한 테러를 공공연히 겁박하던 때라서 뉴욕이 고향인 유대계 미국인 조교에게 “대통령에 이어 부통령마저 유고 되면 누가 승계하냐”고 다소 불순한 질문을 했는데, 하원의장이란 답을 들었다. 상원의장은 부통령이 겸직한다. 한국은 대통령 유고 시 국무총리,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순으로 승계된다. 선출되지도 않은,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 대통령을 승계한다는 게 정당성에 문제가 있어 ‘국회의장 승계’가 더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야당 대표가 국회의장을 사실상 정리하는 걸 보면서 그 생각이 싹 바뀌었다. 한때 추 당선인과 국회의장을 놓고 경쟁하던 6선 조정식, 5선 정성호 의원이 스스로 접은 배경엔 이 대표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뜻을 읽은 다른 후보들의 포기로 추대된 박찬대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대리해 친명 의장 후보 조율을 했다는데, 4·10 총선 후 더욱 높아진 이 대표의 당내 권력 위상과 국회의장의 전락을 동시에 보여준다. 민주당 내 권력서열은 이 대표→원내대표→국회의장 순으로 정리된 것 같다. 김세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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