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들 20년 간병 끝 살해한 엄마…실형 피한 이유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6 15:28
  • 업데이트 2024-05-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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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을 약 20년간 간병하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엄마가 실형을 피했다. 법원은 “극악한 범죄”라면서도 “그동안의 헌신과 노력, 고통과 고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50대)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1월 경남 한 주거지에서 아들 B 씨를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자신도 숨지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지적장애와 뇌병변을 함께 앓고 있던 B 씨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으며 배변 조절이 안 되는 데다 종종 발작까지 일으켜 간병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사건 6년 전 무렵부터는 폐렴 증상으로 식도가 아닌 복부에 삽입한 관을 통해 음식물을 섭취해야 했다.

A 씨는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대소변을 받아 가며 밤낮으로 20년가량 돌보던 중 우울증을 앓게 됐다. 2022년에는 백혈병 진단도 받게 됐다. A 씨는 자신이 언제든지 죽음에 이를 것이라 생각해 아들이 지낼 수 있는 시설을 알아봤으나 아들을 맡아 줄 마땅한 시설이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 B 씨에 대한 걱정으로 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게 됐고, 남겨진 가족에게 자신이 겪어온 부담과 고통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B 씨와 함께 생을 마감하려고 마음먹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살인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장 극악한 범죄”라며 “장애로 인해 A 씨에게 전적으로 의지해 왔던 B 씨는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생명을 잃게 됐는데 합당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동안의 헌신과 노력, 고통과 고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며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지만 A 씨는 누구보다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이고 A, B 씨를 가까이서 지켜본 장애인 단체 직원, 지인, 유가족도 오랜 시간 홀로 피해자를 돌본 A 씨의 고통을 말하며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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