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총리 피격… 유럽 ‘정치 양극화’ 혼돈 번지나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6 11:55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총격범 경찰에 체포된 슬로바키아 총리 총격 범인. AP 로이터 연합뉴스



피초, 수술 잘돼 생명 영향 없어
총격범은 작가 출신 71세 남성
‘폭력반대운동’ 정치단체 설립

극우 정당 약진속 암살기도까지
유럽의회 선거 앞두고 각국 긴장


각료회의 후 지지자들을 만나던 도중 총격을 받은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장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생명을 건졌다. 이번 총격 사건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최근 피초 총리가 추진해온 친러 정책을 둘러싼 국내 갈등이 폭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유럽의회 선거(6월 6∼9일)를 앞두고 극우 정당 상승세와 러시아 선거 개입 등에 이어 정치인 대상 암살 기도까지 발생하는 정치적 혼란에 유럽 각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5일 오후 토마스 타라바 슬로바키아 부총리는 BBC에 “피초 총리의 치료가 잘 진행됐다고 믿는다”며 “현재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타라바 부총리는 또 “매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 수술은 잘 진행됐고 그는 결국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슬로바키아 매체들도 피초 총리가 안정 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피초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150㎞ 떨어진 핸들로바에서 각료회의를 마치고 지지자들을 만나던 중 총 5발을 맞았다. 총알 한 발은 피초 총리의 복부를 관통했고, 두 번째 총알은 관절에 맞았다. 경호요원들은 총격 직후 피초 총리를 차에 태워 이동했으나 상태가 심각해 헬기로 인근 도시인 반스카 비스트리차 병원으로 옮겨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 슬로바키아 방송 TA3는 수술이 4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수술 뒤 24시간 인위적 혼수상태(induced coma)로 치료 중이라고 전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이송되는 총리 15일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각료회의 후 지지자들과 만나던 중 총격을 받은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의료진과 경호원에 의해 반스카 비스트리차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P 로이터 연합뉴스



슬로바키아 경찰은 현장에서 총격범을 체포한 뒤 수사를 벌이고 있다. 범인은 71세 남성으로 시집 3권을 출간한 작가 출신으로 ‘폭력 반대 운동’이라는 정치단체를 설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쇼핑몰 경비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합법적인 총기 소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은 취재진에게 “(이번 범행은) 명백히 정치적 동기를 가리킨다”며 “범인은 지난달 선거 직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친러 성향인 피초 총리 진영의 페테르 펠레그리니 전 총리가 당선됐다. 피초 총리는 취임 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친러시아 정책을 추진해 국내 일각에서 강력한 반발을 받고 있다. 브라티슬라바에서는 최근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매주 열리고 있다.

이번 정치적 폭력 사태가 유럽 각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테레사 펠런 유럽·아시아 연구소 소장은 극우정당 중심으로 연정을 구성한 네덜란드와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약진 등을 거론하며 “심각한 정치적 양극화가 유럽 전역에서 목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