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시장을 맴도는 헬리콥터맘[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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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회사로 전화해 항의를 했다.’ 신문 사회면에서 가끔 이런 기사를 봅니다. 장성한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여하는 일명 ‘헬리콥터맘’에 대한 보도인데요. 댓글 반응을 보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죠.

연예계에서도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미성년자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고 이른 나이에 데뷔하다 보니,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라도 소속사와 부모가 소통하는 일이 일반 기업에 비해 잦은 편이죠. 하지만 부모의 목소리가 울타리를 넘는 순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가 적잖습니다.

지난 2011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던 걸그룹 카라가 대표적인데요. 카라의 몇몇 멤버는 소속사 전속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 과정에서 부모들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섰죠. 불협화음 속 멤버들이 탈퇴했고, 많은 팬덤이 실망한 빛을 보이며 이탈했습니다. 이렇게 카라의 전성기는 허망하게 끝났죠.

지난해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데뷔 반 년 만에 미국 빌보드 ‘핫100’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인기를 누리던 피프티피프티 역시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분열됐죠. 특히 소속사 몰래 피프티피프티 멤버의 부모가 그들의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는데요. 결국 대중도 등을 돌렸고, 지금은 계약 해지당한 전 멤버들을 상대로 소속사가 100억 원대 소송을 제기한 상태죠.

최근 이런 논란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K-팝 기업인 하이브와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12일 어도어 소속 걸그룹 뉴진스 멤버의 부모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하이브를 향한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는데요. 하이브 소속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를 베끼고 있다는 어도어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죠. 또한 “방시혁 의장이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받지 않는다”는 타박은 객관적 사실 확인이 어렵고, 무엇보다 경영권 분쟁이라는 이번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었습니다.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견 타당합니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부모의 마음으로 자녀를 보듬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잃는 경우가 잦죠. 하이브·어도어 다툼의 핵심은 경영권 찬탈 시도 여부인데요. 회사 지분이 없는 뉴진스와 그 부모들이 관여할 여지가 적고, 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향한 그들의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불필요하죠. 뉴진스는 부모 입장에선 ‘품 안의 자식’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고유의 자산’인 만큼 자본과 계약의 논리에 따르는 것이 온당합니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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