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나토 폭격’ 옛 국방부 부지, 트럼프 사위에 재개발 사업권 내줬다

  • 문화일보
  • 입력 2024-05-17 11:52
프린트
국민 2만명 반발… ‘보존’ 촉구
“알카에다, WTC에 건물 짓는꼴”


세르비아가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옛 국방부 부지의 재개발 사업권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위에게 내줘 논란에 휩싸였다.

16일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비아 건설부는 전날 수도 베오그라드 중심부에 위치한 옛 유고슬라비아 국방부 건물 부지 재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자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끄는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건설부는 어피니티 파트너스에 대해 “평판이 좋은 미국 회사”라고 소개한 뒤 매각이 아니라 99년 임대 계약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건물은 지난 1999년 나토군이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폭격을 가하면서 파괴됐다. 세르비아는 2005년 이 건물을 보호 대상 문화재로 지정해 폭격 당시 모습 그대로 남겨뒀다. 이번 계약에 따라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파괴된 국방부 건물을 해체하고 고급 호텔과 15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 등을 지을 계획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2만 명이 넘는 세르비아 국민이 해당 결정에 반발해 국방부 건물 보존을 촉구하는 청원에 서명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이 사업 계획을 담은 문서를 최초로 공개한 세르비아 야당 의원인 알렉산다르 파비치는 “이번 일은 국가에 대한 존엄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결여됐는지를 보여준다”며 “수치이자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세르비아인들에게는 9·11테러 주범인 알카에다가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 부지에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평했다. 논란 확산에 쿠슈너는 이번 사업이 미국이 나토의 폭격으로 생긴 상처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개발로 인한 수익은 세르비아와 공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박상훈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