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2년 먼저… ‘북한 인권운동 헌신’ 일본 오가와 교수 ‘물망초인상’

한때 북 지지하다 생각 바꿔
현재 정치범수용소 폐지운동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30년 동안 헌신해 일본에서 ‘북한 인권 운동의 시조’로 평가받는 오가와 하루히사(小川晴久·84·사진) 도쿄대 명예교수가 제3회 ‘물망초인(人)’ 수상자로 선정됐다. 북한 인권단체 물망초(이사장 박선영)는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10년 이상 헌신한 개인이나 단체, 국군포로나 납북자 구출에 헌신한 사람 중 한 명을 선발해 매해 5월 22일 물망초인상을 시상한다.

17일 물망초에 따르면 오가와 교수는 한국보다 먼저 북한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1994년 일본에서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창설했는데, 이는 한국 최초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창립된 1996년보다 2년 빠르다. 2008년에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 ‘No Fence’도 창설해 지금까지도 대표를 맡고 있다.

오가와 교수는 원래 재일 한국인 북송을 지지할 정도로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가 1993년 8월 도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북조선 귀국자 모임’에 참가하면서 북한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 이 모임에서 식당 여주인은 “북송선을 탄 세 아들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고생하다 한 명은 죽었다는 소식을 한참 뒤에야 들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은 “오빠가 정치범으로 체포돼 숨진 사실을 알고 나서 조총련에 2000만 엔을 바치고 올케를 구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가와 교수는 이날 충격을 받고 1년간 고민한 끝에 북한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오가와 교수는 북한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사람들의 인권 문제뿐 아니라 북한 내 인권 문제로 문제의식을 확장했다. 북한 내 강제수용소 철폐를 주장하고, 강제수용소 실상을 고발하는 탈북자 수기 읽기 운동도 하는 등 팔순이 넘은 고령이지만 지금까지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물망초인상 시상식은 오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