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부모에 4남매 떠넘기고…자녀들 수급비만 가로챈 못된 아빠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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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아빠의 법률 대리권·재산관리권 상실" 판결


80대 노부모에게 4남매의 양육을 떠맡긴 것도 모자라 자녀들 앞으로 나온 기초생활수급비까지 가로챈 비정한 아버지에 대해 법원이 친권 일부 상실 결정을 내렸다.

2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조영민 판사는 미성년 손자녀 4명을 양육하는 A 씨가 아들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권상실 등 청구사건에서 "B 씨의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상실한다"고 판시했다.

B 씨는 결혼생활로 5남매를 낳아 양육하던 중 부인이 병으로 사망하자 재혼했다. 그러나 5남매는 계모와 불화를 겪었다. 5남매가 계모를 ‘아줌마’라고 부르는 등 사이가 틀어졌지만 B 씨는 이런 상황을 방관했다. 결국 경남에 살던 조부모 A 씨가 5남매 중 미성년인 4남매의 양육을 맡게 됐다.

문제는 A 씨 부부도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A 씨 부부는 소액의 국민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다행히 초·중·고교에 다니는 미성년 손자녀 4명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현금 160만 원과 쌀 40㎏을 지원받아 근근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녀를 노부모에게 맡긴 B 씨는 수급비가 탐이 났다. 미성년 손자녀 4명 중 맏이인 고교생 C양이 지난해 8월 기초수급비가 송금되는 자신의 은행계좌가 폐쇄된 사실을 알고 은행에 확인한 결과, 아버지 B 씨가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의 권한을 이용해 C양의 은행계좌를 폐쇄한 뒤 자신의 계좌를 재개설해 기초수급비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 씨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원금 중단을 요청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청했다. 공단은 B 씨의 미성년 자녀들에 대한 친권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 친권상실을 청구하고 미성년 후견인으로 고령인 A 씨 부부보다 아이들의 고모를 선임해달라고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B 씨는 계모의 학대 행위를 극구 부인하고 수급비 160만 원에 대해서는 "A 씨가 임의로 사용할까 봐 인출해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계좌와 연계된 B 씨의 체크카드에는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며 B 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법원은 B 씨의 법률행위 대리권과 재산관리권 상실을 선고하고 미성년 자녀들의 고모를 후견인으로 선임키로 판단했다. A 씨의 소송을 대리한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친부모의 친권은 강하게 보호돼야 하지만 자녀의 보호와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경우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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