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법치 흔들면 민주국가 아니다[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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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천 중앙대 교수·법학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재판에서는 참으로 기이한 모습들이 다양하게 연출되고 있다. 법정에서 부부싸움을 하기도 했고, 배우자가 나서서 일 잘하던 변호사를 그만두게 하기도 했다. 또, 결심공판 직전에는 검찰 수사 당시 검사실 앞방에서 연어 회를 안주로 술을 마셨다고 주장했다가, 슬그머니 아니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21일 보석 청구 심문 과정에서는 담당 변호사가 ‘이화영에 대한 유죄 판결은 불가피하게 향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문서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할 경우엔 그 이유를 상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구속된 피고인에 대한 보석 청구가 있게 되면 사형, 무기 또는 장기(최고) 10년 이상의 자유형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없을 것으로 믿을 만한 경우 등 사유가 인정되면 반드시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 이 전 부지사의 경우 뇌물죄만 하더라도 금액이 1억 원을 훨씬 넘기 때문에 최고 10년이 아니라 최소 10년이다. 보석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을 아는 변호사라면 보석을 허가해야 하는 사유가 충족됨을 논증해야 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대신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행위가 유죄가 되면 이 대표도 유죄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향후 대통령 출마가 확실시되는 이 대표의 앞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전 부지사의 보석 청구 사건이 아니라, 마치 이 대표 재판을 위한 공판준비기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변호사는 ‘주심 판사가 사건 기록 전체를 통독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유죄 설시하려는 이유를 자세히 밝혀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마치 시험을 본 학생의 부모가 교사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 아이의 답안지를 전부 읽고 점수를 매길지 의문이다, 점수를 잘 주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자세히 밝혀야 할 것이다, 내가 곧 이 학교의 이사장이 될 것’이라고 겁박하는 분위기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판사의 심정은 어떨까. 일단 보석 청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 변호사를 보고 있노라면, 변호사 자격을 도대체 어떻게 취득했을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대학생 중에도 교수가 답안지 분량만 보고 채점한다고 생각해서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꽉꽉 채워 써서 내는 부류가 가끔 있다.

이 대표를 사법처리로부터 보호하려고 사력을 다하는 민주당의 행동양식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검찰이 자당 소속 정치인들의 범죄행위에 대해서 수사를 시작하면 담당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검찰총장의 수족을 묶어 버린다. 그래도 수사가 계속되면 아예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기 위한 입법을 한다. 재판이 시작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연시킨다. 판사에게 겁박도 한다. 유죄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역사의 법정에선 무죄라고 우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법치주의’가 싫다는 말이다.

범죄는 처벌해야 예방이 가능하다. 그런데 수사라도 하려고 하면 선출된 권력에 반기를 든다며 화를 낸다. 선출된 권력을 가진 자는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되지 않아야 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런 세상을 원하는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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