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자동 2종’도 스쿨버스 운전을?… 1종 전환 논란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8 11:59
  • 업데이트 2024-05-28 17:21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10월 ‘1종 자동 면허’ 도입 놓고 우려

‘2종 면허’소지자 7년 무사고땐
적성검사 통과 후에 신청 가능

승용차 비해 화물차 ‘길이 3배’
전문가 “도로위 혼란 가중될 것”


오는 10월 ‘1종 자동면허’가 신설됨에 따라 2종 자동면허 소지자도 ‘7년 무사고’일 경우 별도 도로주행 등의 시험 없이 시력 등을 보는 적성 검사만 통과하면 1종 자동면허 전환을 신청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7년 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은 ‘장롱 2종 면허자’도 1종 차량을 몰 수 있어 운전 미숙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할 것이란 지적에서다. 특히 1종 면허 운전 가능 차량에는 ‘스쿨버스’로 주로 활용되는 15인승 승합차도 포함돼 있어 아이들 안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10월 20일 ‘1종 자동면허’가 신설된다. 문제는 2종 보통면허 소지자 중 ‘7년 무사고’의 경우 1종 보통으로 면허를 전환해주는 기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장롱 1종 자동면허자’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2종 보통면허를 받은 사람이 면허 신청일로부터 7년간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경우 1종 보통면허로 전환할 때 필기시험과 장내·도로주행 시험이 면제된다. 이에 2종에서 1종으로 종별 전환을 신청하면, 별도의 시험을 통과하지 않아도 1종 차량인 12톤 미만 화물차와 15인승 승합차 등을 몰 수 있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2종 수동면허는 사실상 사라져 해당 조항이 큰 영향은 없었지만 1종 자동면허가 신설되면 얘기가 다르다”며 “많은 수가 2종에서 1종으로 종별 전환을 신청할 텐데 이대로라면 도로 위 혼란이 가중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스쿨버스로 자주 이용되는 15인승 승합차의 경우 길이가 일반 승용차의 2배가 넘는 6∼7m에 달한다. 12톤 화물차는 최소 9m로 일반 승용차의 3배 길이다. 20년 동안 스쿨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는 주모(71) 씨는 “소형 버스는 하루아침에 잘 몰 수 있는 차가 아니고 차폭 자체가 크기 때문에 승용차 운전과 아예 다르다”며 “승용차 운전대도 잡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스쿨버스를 몬다는 건 애들 목숨을 담보로 거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학부모 윤모(41) 씨는 “장롱면허 운전자가 스쿨버스를 모는 경우가 많진 않겠지만 불안하긴 하다”며 “1종 자동면허 시행 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종에서 1종으로 종별 전환할 때 장내 시험과 도로주행 시험을 보게 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안주석 교통안전연구소장은 “7년 무사고 운전자에 대해 시험을 면제하는 시행령을 폐지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의 검증인 도로주행 시험이라도 실시해야 한다”며 “또한 현재 1종 면허가 몰 수 있는 차량의 범위가 너무 넓어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3.5톤 이상부터 7.5톤 미만은 준중형면허, 7.5톤 이상 11톤 미만은 중형면허, 11톤 이상부터는 대형면허 소지자만 몰 수 있도록 세분화했다.

반면 한국은 1종 면허 소지자는 12톤 미만 화물차까지 몰 수 있고, 면허 종류도 1종과 2종 두 개로만 나뉘어 있다. 그마저도 1종 자동면허가 신설되면 두 면허 사이의 칸막이가 대폭 낮아져 도로 위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종 자동 면허를 도입할 때 기존 2종 수동 면허에서 1종 면허로 전환된 운전자의 사고 통계와 1종 면허 운전자 사고 통계를 비교해보니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해당 면허 도입 이후에도 문제없이 정착되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노지운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