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여심 관통한 ‘MZ표 레트로’… “선재 없는 월요일, 어떻게 버티나”

  • 문화일보
  • 입력 2024-05-29 09:01
  • 업데이트 2024-05-2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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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내내 화제성 1위… tvN ‘선재 업고 튀어’ 종영

서로가 첫사랑인 남녀 주인공
‘밀당’없는 고백에 풋풋함 배가
일촌 신청·캔모아 데이트 등
2000년대 감성도 인기 한몫

임솔 役 맡은 배우 김혜윤
“첫사랑의 설렘·떨림 잘 그려내
‘월요병 치유한 작품’ 칭찬 기뻐”


“다시 월요병이 생기겠네요….”

30∼40대 여성들이 많이 모이는 ‘맘카페’에 이런 글이 최근 부쩍 늘었다. 배우 변우석·김혜윤이 출연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가 28일 끝났기 때문이다. 월화극인 이 작품을 꼬박꼬박 챙겨보며 ‘수요병’을 앓던 이들이 “인생의 낙을 잃었다”고 아우성이다. 이 드라마의 평균 시청률은 4% 수준. 하지만 5월 내내 TV-OTT 화제성 조사(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첫사랑은 빤하지만 언제나 옳다’는 명제를 다시금 각인시킨 ‘선재 업고 튀어’는 ‘MZ표 레트로’라 불린다.

‘선재 업고 튀어’의 남녀 주인공은 서로에게 첫사랑이다. 둘은 그 흔한 ‘밀당’(밀고 당기기)도 하지 않는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임솔(김혜윤 분)은 밴드 이클립스의 멤버가 된 고교 동창 선재(변우석 분)를 보며 삶의 희망을 얻는다. 그런 선재가 어느 날 죽음을 맞게 되고, 타임슬립해 과거로 간 임솔은 선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선재가 첫사랑이듯, 선재에게도 자신이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10∼30대를 관통하며 서로에게 ‘구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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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1차원적인 고백과 격려는 ‘선재 업고 튀어’의 진부함이 아니라 차별화된 포인트다. 선재는 에두르지 않는다. “고마워요, 살아있어 줘서”라고 인사하고 “좋아해, 내가 너 좋아한다고”라고 인장을 찍듯 속내를 털어놓는다. 임솔도 “지켜주고 싶다”고, “무서운 생각 안 나게 평생 옆에 있겠다”고 약속한다. 숱한 이모티콘과 줄임말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세태 속에서 미사여구 없이 진심을 담아 주고받는 사랑의 대화는 오히려 풋풋한 감성을 배가시켰다는 평이다.

지난 27일 문화일보와 만난 김혜윤은 “‘선재 업고 튀어’는 설렘과 떨림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며 “남녀의 키 차이로 생기는 에피소드를 비롯해 좁은 현관에서 이뤄지는 키스 장면에서는 감독님이 손의 떨림 등을 잘 잡아주셨다. 버스 안에서 화장실이 급한 임솔을 대신해 더 괴로운 척하며 버스를 세워달라는 선재의 듬직함이 공감을 얻은 것 같다. 저 역시 설렜다”고 말했다.

2008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은 ‘선재 업고 튀어’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그동안 1970∼1990년대 풍경을 다룬 시대물은 많았지만 2000년대를 ‘레트로’로 설정한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학창시절은 1990년대 ‘이전’이 아니라 ‘이후’라는 것을 고려할 때 ‘선재 업고 튀어’에 3040 여성들이 열광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 시대를 풍미한 노래들이 여기에 힘을 보탠다. 선재가 임솔에게 파란 우산을 씌워주며 “왜 울고 있어?”라고 물을 때 ‘우산’(윤하)이 흘러나오고, 임솔의 MP3에는 ‘점점’(브라운아이즈), ‘그랬나봐’(김형중), ‘러브홀릭’(러브홀릭) 등이 담겨 있다. 카페 ‘캔모아’에서 팥빙수를 나눠 먹고, 싸이월드 ‘일촌 신청’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도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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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는 타임슬립을 다루는 방식도 달랐다. 과거와 현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다. 주인공 남녀의 10대, 20대, 30대를 자유롭게 오간다. 이야기가 느슨해질 무렵 다른 세대로 점프하며 긴장감을 유지하는 식이다. 나이대별로 디테일을 강조한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김혜윤은 “30대의 정신을 가진 임솔이 시간여행을 통해 10대, 20대 몸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누나처럼, 언니처럼 연기하려 노력했다”면서 “‘김혜윤이 아니면 안 됐다’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선재 업고 튀어’는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타임슬립은 극적 구성을 위한 장치일 뿐, 전체 흐름은 ‘보편적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복잡한 계산 없이 오로지 사랑에 몰두하는 ‘늑대의 유혹’(2004), ‘상견니’(2019)와 같은 순정만화 서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선재 업고 튀어’는 그 연장선에 놓인 작품이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배우 김혜윤은 ‘선재 업고 튀어’가 방송되는 동안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70만 명 늘었다.



‘선재 업고 튀어’는 끝났지만 ‘선친자’(선재에 미친 자)들의 선재앓이는 끝나지 않았다. 27일 진행된 변우석 팬미팅 티케팅에는 동시접속 70만 명이 몰렸다. 맘카페에는 티케팅 실패담이 넘친다. 김혜윤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임솔로 살면서 행복했지만 임솔 역시 조금씩 흐릿해질 것”이라며 “시청자들의 월요병을 치유한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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