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더 키울 현금 지원 포퓰리즘[포럼]

  • 문화일보
  • 입력 2024-06-0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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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가계부채가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이 줄어들면서 함께 낮아진 가계부채 증가율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보이는 현상이다.

부채를 비롯한 모든 경제지표에 있어 단기간에 급상승하거나 급하락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내에서 부채의 급속한 증가는 채무자의 상환 불능 위험을 키운다. 일부 집단의 파산 위험은 채권·채무 관계로 얽혀 있는 경제적 관계를 붕괴시켜 많은 사람의 경제적 부를 훼손하게 되고 정상적이고 건전한 경제활동이 이뤄질 수 없게 되며 애꿎은 서민들이 크게 고통받게 된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해 정부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 틈을 타서 정부부채를 늘려야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으므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서 현금을 마련해 가계에 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계부채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합리적·논리적인 사고 없이, 현금을 뿌려서 표나 얻으려는 포퓰리즘 정치인의 허황된 주장이다.

그러면 가계부채는 왜, 어떻게 주로 발생하는가. 부채를 지는 행위자는 사실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부채를 지는 경제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부동산과 같은 어떤 자산을 구매할 때 대규모 부채를 지는 것은, 그 자산의 사용 가치나 한참 후의 판매 시 가격을 고려할 때 지금 지는 채무와 이자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금융시장에서 의사결정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해 자신의 현재의 부와 미래에 발생할 소득을 제대로 추계해 이에 대응되는 수준의 부채를 지게 되는 경우 가계부채의 총량이 크든 작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개인들이 비합리적인 생각을 할 때다. 자산 가격에 대해 지나친 낙관을 하거나 자신만 낙오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매우 큰 규모의 부채를 지게 된다.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은 그 가치를 쉽게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가격이 올라갈 때 수요가 줄어들기보다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가격이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 당분간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마구잡이로 매수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자산의 가격 급등과 거품 발생을 최소화를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게 되면, 사람들은 줄어든 부담만큼 부채를 추가로 지게 되고 결국 아무런 효과가 없게 된다. 정부는 가계들이 ‘벼락 거지’ 된다는 두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자산 가격을 안정화하고 거품 발생을 막아야 한다. 민생 지원금 명목으로 현금을 뿌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쉽다. 그러면 또 가계부채가 급증할 것이다. 이런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부동산 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급증을 낳은 데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실수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적절한 수급을 통해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의 가격 급등을 막고, 물가 변동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가계부채가 증가하지 않도록 하고 비합리적인 부채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하려고 하는 정치집단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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