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갈라진 우리 사이…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주철환의 음악동네]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0 08:59
  • 업데이트 2024-06-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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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테일러 스위프트 ‘포트나이트’

외국어는 그렇다 치고 한국말인데도 바로 못 알아들으니 난감하다. 젊은 직장인들과 대화하는데 저희끼리 이런 말을 한다. “결정사 가입하는 데도 돈이 꽤 든대” 결정사. 난해한 단어다. 출판사나 사찰 같은데, 거기 가입한다는 건 또 뭔가. 선택 장애자들의 동아리인가. 이럴 땐 자책보다 묻는 게 상책이다. 허를 찌르는 답변이 돌아온다. “결혼정보회사 모르세요?”

명색이 국어 선생 출신인데 자국어 통역이 필요하니 세월이 야속하다. 두 편의 영화가 망막에 펼쳐진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원제는 통역 번역 과정에서 뭔가 빼먹었다는(Lost in Translation) 뜻인데 ‘결정사’는 여섯 글자에서 무려 세 글자나 빠트렸다. 제목을 독하게(독특하게) 바꾼 영화 중에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도 있다. 원제목은 ‘하이 파이’(High Fidelity)다. 고충실음향재생장치가 사랑의 리콜로 옷을 갈아입었으니 이거야말로 엄청난 재생, 혹은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음악동네에도 잃은(lost) 자들이 많다. 보비 다린(1936∼1973)이 부른 ‘로스트 러브’(Lost love)는 7080세대에 번안가요 ‘잃어버린 사랑’(1969)으로 친숙하다. 송창식은 아마추어 시절 세시봉에서 윤형주 혼자 이 노래 부르는 걸 객석에서 들었다. 트윈 폴리오 결성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회고한다. 원곡의 가사를 풀어헤치니 요즘 사회면을 달군 기사(‘세기의 결혼이 세기의 이혼이 되다’)가 소환된다. ‘내가 필요로 했던 그 사랑을 보냈어요(I left the love I needed) 어떻게 그런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는지(how could I be so wrong) (중략) 내가 허비한 모든 세월(For all the years I wasted) 내가 저지른 모든 실수(and all mistakes I made) 내가 겪은 모든 사랑 때문에(for all the loves I tasted) 얼마나 큰 대가(代價)를 치러야 하는지(how dearly I have paid)’

‘사랑한다면 결혼하지 마라’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너무 빨리 갈라선 후배를 지켜보며 쓴 글이다. 솔직히 연애할 땐 청소 안 해도 되지만 결혼하면 설거지도 하고 쓰레기 분리수거도 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헤어지면 다시 혼자 남은 시간에 못 견디게 가슴 저리네’(이정선, 외로운 사람들) 외로워서 결혼하고 괴로워서 이혼한다지만 현실에선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주변을 보면 필요해서 결혼하고 피곤해서 이혼하는 사례가 더 많다. 연애할 땐 불꽃이 팍팍 튀다가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 불똥이 퍽퍽 튀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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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11번째 정규 앨범 대표곡 ‘포트나이트’는 2주라는 뜻이다. 들어보니 미국판 ‘사랑과 전쟁’이다. ‘널 사랑하는 건 내 인생을 망치는 거야(And I love you, it‘s ruining my life)’ 꽃신 신고 만나 배신으로 갈아타는 얘기다. ‘네가 괜찮길 바라지만 사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I hope you’re okay But you’re the reason) 여기서 누굴 탓하겠냐만(And no one here’s to blame) 그토록 은밀하게 배신할 건 뭐야(But what about your quiet treason)’ 로맨스는 마침내 스릴러로 바뀐다. ‘꽃에 물 주는 네 아내를 죽여버리고 싶어(Your wife waters flowers I wanna kill her)’ 리콜 안 하려면(안 당하려면) 결혼을 결정할 때 정보도 얻어야 하지만 정성도 필수적이다. 섣불리 하객을 모으지 마라. 4주간(2주의 두 배)이 아니라 평생 숙려기간을 갖는 게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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