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파리지앵, 요즘은 한국 팥빵에 반해”

  • 문화일보
  • 입력 2024-06-11 11:43
  • 업데이트 2024-06-11 12:01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용상(오른쪽) 셰프는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한국인 최초로 빵집 밀레앙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 아내 양승희(가운데) 씨와 아들 서형철 씨의 응원이 든든한 힘이 됐다. 남해의봄날 제공



■ 2019년 파리 도심에 한국인 첫 빵집 연 서용상 셰프

“처음 문 열었을땐 손님없어
지나는 사람에 호객행위도

한류로 한국음식 관심 폭발
이젠 오미자·흑임자 등 활용
한국풍 빵·디저트도 내놔”


“이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하루하루가 막막했지만, 언젠가 제 빵집을 열겠다는 포부가 있었고 미래가 그려졌어요.”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 그 중심인 파리에서 서용상 셰프는 빵으로 정면돌파를 택했다. 22년 전, 가족과 함께 프랑스 제과제빵 유학에 나선 그는 제과점 실습생에서 시작해 어느덧 한국인 최초로 파리 한복판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제빵사가 됐다.

최근 서 셰프는 아내인 양승희 씨와 함께 저서 ‘나는 파리의 한국인 제빵사입니다’(남해의봄날)를 통해 제과제빵에 매진한 25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프랑스에 첫발을 내디딘 시기를 회상하면서 그는 “모든 것이 빠른 시대에 오랫동안 기다린다는 것은 때론 게으름이나 무능함으로 치부되기도 한다”며 “그러나 기다림이란 그 무엇보다 비싸고 고귀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의 기다림은 값진 결과로 이어졌다. “아무도 들어오질 않으니 문을 열어 놓고 거리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빵집에 오라고 이야기하는 호객 행위도 서슴지 않았어요.” 콧대 높은 파리시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를 떠올린 그는 2013년 파리 전통 바게트 대회에서 8위, 이후 프랑스의 국민 디저트인 플랑으로 일드 프랑스 플랑 대회에서 그랑프리에 오른 데 이어 올해 크루아상 콩쿠르에서 톱10의 기록을 세웠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1일 전화로 만난 서 셰프는 최근 들어 파리 빵집에 분 ‘한류 열풍’ 소식을 전했다. 그는 “넷플릭스로 접한 한국 음식과 빵 사진을 가져와 우리에게 질문하는 손님도 생겨났다”며 “밀레앙의 점심 메뉴인 한국식 비빔밥과 불고기 샌드위치 등도 덩달아 손님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전했다.

바게트와 크루아상 등 프랑스 전통 방식의 빵과 케이크만을 고집하던 서 셰프의 빵집 밀레앙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아내인 양 씨는 “프랑스의 전통 메뉴 외에도 한국식 제과를 만들어 달라고 남편에게 말했지만, 전통 프랑스 제과를 해온 남편의 반응은 처음엔 영 떨떠름했다”며 “혼자 고민하다가 떠올린 것이 비빔밥이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비빔밥에 대한 반응이 좋자 팥빵, 소보로빵, 꽈배기 등 한국풍 디저트가 더해졌다. 이제는 한국 재료를 활용한 신메뉴까지 추가돼 오미자 롤케이크, 흑임자 마들렌 등이 파리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서 셰프는 본래 물리학과 철학과를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을 다녔다. 하지만 서른의 나이에 성직자가 아닌 제빵사의 길을 택했다. 그는 당시 도전의 순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빵사가 된 것에 후회가 없어요. 현대사회에서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일이 잘 없는데 제빵은 그날의 노력이 결과로 바로 나오거든요.”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신재우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