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날의 칼’ 한동훈

  • 문화일보
  • 입력 2022-04-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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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실력이 공정’ 인사 원칙 하에
비리수사 능력 입증된 특수통
형사사법체계 복원 적임 판단

검사 아닌 국정 운영 책임자로
겸손·포용의 미덕 발휘가 중요
조국·우병우 몰락은 타산지석


전설적인 특수통 검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후배는 정치적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를 스스로 ‘마사지’하는 검사다. 지시가 없었는데도 수사 수위를 알아서 조정하는 검사는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형 사고를 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검사였고 권력의 노골적 탄압을 받았다. 그런 윤 당선인이 가장 아끼는 후배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함께 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신뢰를 얻었다. 윤 당선인의 의중을 잘 파악해서가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한동훈은 내 말도 안 듣는다”고 말하곤 했다.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 후보자는 2차 내각 인선 발표 현장에서 “윤 당선인에게 맹종하는 관계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윤 당선인의 ‘측근’이지만 ‘복심’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역 배려나 여성 할당 등을 고려하지 않고 각 분야에서 최고의 경륜과 실력을 갖춘 사람을 모시겠다’는 인사 원칙을 수차례 밝혔다. 윤 당선인은 실력이 곧 공정이고 정의라고 믿는다. 자기 분야의 최고 실력자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에 함량 미달인 사람이 충성심이나 진영 논리에 따라 주요 보직에 임명되면 법과 원칙은 물론 국익까지도 외면할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질문성 발언 한마디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가 에너지 수급의 근간이 되는 원전의 경제성 조작을 부하 직원에게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부 주류 교체 방침에 부응하기 위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를 자청해 사법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국회에서 탄핵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후배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고, 그 사실을 부인했다가 거짓말이 탄로 났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인 추미애·박범계와 친정부 검사들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벌인 불법·탈법 행위와 권한 남용은 법조인의 행태로 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한 후보자의 발탁에는 이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 되며, 무너진 형사사법체계의 복원을 위해 한 후보자가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관점에서 윤 당선인의 선택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당장 검수완박 입법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미 ‘핵심 측근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해 대놓고 정치보복을 자행하고 검찰 공화국을 만들려 한다’는 공세가 시작됐다. 민생 현안에 집중해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구상도 차질을 빚게 됐다. 더구나 첫 내각 인선은 5년간의 국정 운영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그런데 내각 후보자 19명의 평균 나이는 60세이고 서울대 법대 출신이 5명인 반면, 광주·전남 출신은 아예 없고 여성도 3명에 불과하다. 실력보다 과거 회귀와 친소 관계의 이미지가 강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협치와 국민통합을 위한 발탁과 파격의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한 후보자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미지가 오버랩 된다는 것이다. 벌써 ‘소통령’ ‘왕장관’ 등의 지적이 나온다. 한 후보자 못지않은 엘리트 검사 우병우는 오만한 태도와 검찰 인사 개입 등으로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한계 상황까지 우병우를 보호했고, 결국 정권 자체가 치명상을 입었다. 황태자로 불렸던 조국 역시 자녀 입시부정 등 가족의 각종 비리 의혹이 드러났지만 문 대통령과 친문 진영은 한사코 조국 수호를 외쳤다. 결국 민심이 돌아서면서 정권 재창출 실패로 이어졌다. 그러나 초기에 두 대통령과 당사자는 물론 국민조차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윤 당선인의 신망이 두터운 한 후보자도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한 후보자는 이제 검사도 아니고 탄압받는 피해자도 아니다. 법과 원칙의 준수 못지않게 국정 운영 책임자로 포용과 겸손의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후보자는 상대를 벨 수 있지만, 윤 당선인에게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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