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민 논설위원>민주당의 날개 없는 추락

  • 문화일보
  • 입력 2022-06-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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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反文非明 김동연 당선으로
국민 심판 받은 親文·親明 그룹
책임 전가하며 당권 경쟁 돌입

李 대표 되면 당 총알받이 전락
국정 현안 모두 李 수사와 연계
정권 교체에도 국가 미래 수렁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6·1 지방선거 후보자 초청 관훈토론회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의원에 대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김 당선인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정세균 총리 후임으로 청와대 비서실이 추천한 4명의 후보를 모두 거부하고 한사코 김 당선인을 원했다. 유영민 비서실장 등에게 설득하도록 지시했으나 실패하자 본인이 40분간 전화 통화를 했다. 김 당선인이 “총리가 되면 더불어민주당과 크게 충돌할 것”이라고 고사하자 “충돌해도 좋다. 임기 초반에 나에게 ‘안 된다’는 말을 한 사람은 당신밖에 없었다”는 말까지 했다. 이 의원의 경우, 선거운동과 관련한 관계 설정을 둘러싸고 김 당선인 선거 캠프 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이 의원의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측은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서는 집토끼를 결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의원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측은 집토끼는 어차피 지지할 테니 김 후보의 장점인 중도 확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당선인은 선거기간 내내 한 차례도 이 의원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김 당선인은 반문비명(反文非明:反문재인, 非이재명) 노선을 선택한 셈인데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친문과 친명은 당권과 대권 후보를 나눠 가진 민주당의 양대 계파이자 간판이다. 이 두 계파와 거리를 두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후보가 민주당 아성인 호남과 제주 외 유일한 광역단체장 당선인이 됐다는 것은 양 계파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내려졌다는 뜻이다. 문재인·이재명 브랜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당장 이 의원 본인은 송영길 전 대표가 5차례 당선된 민주당 텃밭에서 ‘0선’의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에게 고전 끝에 당선됐다. 이 의원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이 의원이 직접 낙점한 것으로 알려진 배국환 민주당 성남시장 후보가 신상진 국민의힘 후보에게 14%포인트 차이로 졌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 정무수석을 지낸 강기정 씨는 광주광역시장에 출마했는데 전체 투표율이 37%에 그쳤다. 광주 유권자의 62%가 투표를 거부한 것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친명계와 친문계는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며 당권을 겨냥한 주도권 싸움을 시작했다. 특단의 상황 변화가 없다면 이 의원은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고 당 대표에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친문 진영에는 이 의원에게 대적할 사람이 없다. 이낙연 전 대표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홍영표와 전해철은 중량감이 현격히 떨어진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각종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더욱 두꺼운 방탄복을 입게 될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 의원의 총알받이로 전락할 수 있다. 실제로 정권 교체 이후 경찰은 김혜경 씨 법인카드 사용처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검찰도 전열을 정비했다. 신상진 성남시장 당선인은 “취임 즉시 특수부 검사 출신 법조인과 민완 회계사 등으로 특별감사팀을 구성해 대장동 등 이재명 시장 시절 비리 의혹을 캘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의 날개 없는 추락은 2024년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참패한 뒤 의정활동 경력이 전무한 36세 이준석을 당 대표로 선출하면서 회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문제는 선거가 없는 이 기간이 국가 비전을 세우고 성장 동력을 구축할 국정 운영의 골든 타임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169석의 거대 야당은 아무리 중요한 국정 현안이라도 이 의원의 수사와 연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수완박을 주도한 ‘처럼회’ 등 친명 초선 강경파가 주류로 부상하면 정국은 최악의 대립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김 당선인이 ‘정치 교체의 씨앗’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경기도정에 절반쯤 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데다 당내 기반도 취약하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통해 민주당을 견인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으나 이미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개혁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나라의 미래는 여전히 수렁에서 한 발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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