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시론>위험 수위 이른 尹정권 위기 불감증

  • 문화일보
  • 입력 2022-07-06 11:17
  • 업데이트 2022-07-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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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국민 마지못해 위임한 권력을
與, 서로 차지하려 이전투구
여론 수렴·정책 발굴은 뒷전

尹, 기강 잡아 국정 동력 확보
여소야대 국회 상황 돌파 위해
野의원 접대 정치력 발휘해야


윤석열 정권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여권 전반에 만연한 위기 불감증이다. 여전히 취약한 권력 기반과 세계 경제의 퍼펙트 스톰(복합 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대응에 열성 지지자들조차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위기의 조짐은 승리한 6·1 지방선거 이후 나타났다.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8.56%. 투표율 77.08%를 감안하면 유권자 기준 지지율은 37.07%에 그친다. 더구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보여주듯 야당은 대선 결과에 심정적으로 승복하지 않았다.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미완의 정권교체였다. 그러나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압승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2곳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득표율 역시 53.13%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43.26%를 압도했다. 대선의 0.73%P 차이가 9.87%P로 확대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선거 결과를 여권의 성과를 인정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심판과 불안한 정치 지형 해소를 위한 민심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에 다시 고질병이 도졌다. 국민은 마지못해 권력을 위임했는데 마치 자기들이 잘해 집권하게 된 양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 사이의 싸움은 정진석 국회 부의장의 공개 저격으로 시작됐다. 이 대표의 ‘싸가지’ ‘추태’ 발언에 정 부의장이 ‘개소리’로 응수하자 이 대표는 ‘육모방망이’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 대표가 당 공식회의에서 악수를 거부하자 배현진 최고위원이 어깨 스매싱을 날렸고 해당 장면은 유튜브를 장식했다. 이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발족하자 그의 성 접대와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 징계절차가 본격화하면서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윤핵관 내부에서도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민심을 듣겠다며 장제원 의원이 추진한 공부 모임 ‘민들레’에 대해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모임은 부적절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김기현·안철수 의원도 차기 당 대표 레이스에 가세했다. 김 의원의 ‘혁신24 새로운 미래’ 공부 모임에는 40여 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안 의원도 의원들에 대한 사적 접촉을 늘려 가고 있다. 그러나 수개월째 계속된 이 대표의 성 접대 논란에 국민은 진저리를 치고 있다. 윤핵관은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국민 호감도는 높지 않다. 김·안 의원도 당의 얼굴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보니 본연의 의무는 뒷전이었다.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과 달리 집권 여당은 국정 운영의 성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여당은 민심과 여론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동시에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국민의 의사에 반할 때는 수정을 요구해야 하고 고통 분담을 요구할 때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요즘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매일 기업인, 영세상인, 노동자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당의 모든 조직을 풀 가동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2개월이 되도록 당 정책위 회의조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만 임명됐을 뿐 산하 정책조정위원장들의 인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연히 당과 정부 부처가 현안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정책조정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지난 1∼2일)에서 국정지지율 하락 원인과 관련, ‘여권 내부 갈등’이란 답변이 24.5%로 가장 높았고 ‘경제 대책 미흡’이 21.4%로 뒤를 이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당내 모든 세력은 대통령 후광 없이 독립할 수 없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기강을 잡고 당의 에너지를 국정 운영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여소야대의 국회를 돌파할 정치력도 발휘해야 한다. 야당 지도부는 물론 주요 현안과 관련된 의원들을 수시로 관저로 불러 김치찌개와 계란말이를 대접하며 국민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이벤트라도 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물한 ‘모든 책임은 여기(대통령)에 머문다’는 팻말처럼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의 책임은 결국 윤 대통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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