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美에 반도체 투자땐 혜택 다양… 10년간 中투자 금지돼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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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08-16 09:10
업데이트 2022-08-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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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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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美반도체·과학법 통과와 ‘칩 전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한 뒤 법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UPI 연합뉴스



366조원 투입해 산업 육성
美에 공장 설립하는 기업에
25% 세액공제 조항 등 담겨
中견제·美주도권 확보 핵심
또 다른 동맹청구서 될 수도

美, 中 뺀 반도체공급망위해
韓·日·대만과 칩4동맹 준비
전기차 배터리‘중국산’배제
‘인플레 감축법’도 의회 통과

美·中패권경쟁 갈수록 격화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커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반도체 산업과 과학 분야 연구·개발(R&D) 육성을 위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했다. 2800억 달러(약 366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 제조업 분야에서 ‘1위 국가’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가 우위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 지형을 완전히 뒤바꾸겠다는 게 목표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는 25%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조항이 담겨 있어 텍사스주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한 삼성전자, 대만 TSMC 등도 일견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법안 설립 기반부터 대(對)중국 견제를 전면에 내건 데다, 지원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 반도체 투자가 제한되는 독소 조항이 포함돼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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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세계 반도체 시장 흔드는, 美 바이든 서명한 ‘반도체·과학법’ 주요 내용

먼저 반도체 시설 건립을 지원하는 데 390억 달러(약 51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는 25%의 세액공제를 적용한다. 그 외 R&D, 반도체 관련 인력 교육 110억 달러(약 14조 원), 공공 무선 공급망 혁신 기금 15억 달러(약 2조 원) 등이 포함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반도체 수급이 부족해졌고, 이어 미국의 반도체 해외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며 법안 발의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조 원의 재정적 지원으로 반도체 제조 능력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해당 법안에 서명하며 “중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생산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역사적 투자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이 돌아왔고, 우리가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2. 美 상원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도 담긴 반도체·배터리 관련 내용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역점 법안 중 하나다. 약 4300억 달러(약 558조355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들여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및 의약품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청정에너지를 강조하는 만큼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액공제, 보조금 지원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때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 광물’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가 관건이다. 배터리 핵심 광물의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2024년 50%, 2027년에는 80%까지 높아진다. 이 비율을 충족할 시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 중 절반을 주겠다고 법안은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양·음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주요 부품의 50%가 북미에서 제조돼야 받을 수 있다. 이 역시 2027년 80%, 2028년 100%까지 높아진다.



3. 바이든 행정부, 반도체·배터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핵심은 대중 견제다. 백악관은 반도체·과학법 서명일에 자료를 배포하고 “비용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해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해왔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5세대(5G) 관련 기술 특허를 공격적으로 확보한 데 이어, 반도체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우자 이를 저지하기 위함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에 미국의 지원을 받고 싶은 기업이라면 중국에 대한 투자나 중국산 부품 사용을 최소화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있는 것 역시 맥락을 같이한다. 반도체·과학법의 혜택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 동안 중국 등 ‘우려국’에 대한 반도체 시설 투자를 할 수 없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 시장 내 발도 붙이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4. 美가 추진하는 추가 정책이나 의회 통과 가능성이 큰 법안은 무엇이 있나

바이든 정부는 한국, 대만, 일본과 함께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인 이른바 ‘칩4 동맹’을 준비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다.

중국을 제외한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아시아 내 반도체 기술이 우수한 국가들을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묶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며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한 것 역시 무관치 않다. 한국에 오는 8월 말까지 참여 여부를 회신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그 외 지난 7일 상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12일 하원에서도 통과됐다. 상원에서는 치열한 공방 끝에 ‘51대 50’으로 통과됐지만,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찬성 220명 대 반대 207명으로 다소 무난히 통과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로 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5. 반도체·과학법이 국내 반도체 산업과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른바 ‘반도체·과학법’을 발효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2조 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통해 미국에 22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안에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하는 것을 포함해 다양한 유인 조항이 담겼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규모 투자에 나선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이에 따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우려도 나온다. 법안의 혜택을 받는 기업의 경우 10년간 중국에 대한 반도체 투자가 제한돼, ‘칩4 동맹’에 이어 한국에는 또 다른 ‘동맹 청구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 경쟁도 한층 심화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6. 인플레 감축법이 자동차·배터리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이 중국산을 배제하는 내용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와 배터리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부터 제련·가공 과정이 중국에 집중돼 있고 미국 내 전기차 생산도 현재 전무하기 때문이다.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기까지 단기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타격이 큰 곳은 완성차업계다. 전기차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만 세액공제 대상이어서 한국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는 공제 대상이 아니다. 미국 내 생산 전기차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 속속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업체에도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배터리 부문 수입액(41억9144만 달러)의 중국 비중은 80.2%(33억6258만 달러)에 달했다.



7. 우리나라 기업 대응 방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향후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팹리스(반도체 설계) 최강국인 미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기에 미국에 생산설비를 두는 것이 일감 수주에 보탬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파운드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 대해 “미래 핵심 수요산업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라는 무형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삼성과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최대 소비국이자 자사의 생산 시설이 들어서 있는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만큼 향후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자동차·배터리업계는 미국 공장 건설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엔솔),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미국 생산공장 건설 시기를 앞당기고 북미 지역에 추가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LG엔솔은 보류키로 했던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배터리 3사에 양·음극재를 공급하는 포스코케미칼은 남미와 호주로부터 조달받는 광물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직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이 없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자동차·배터리업계는 정부에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관련 규정 완화를 요청했다.



8. 중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중국 정부는 미국의 법안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전기차 관련 기업들은 ‘현지 생산’과 ‘현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차량용 배터리 생산업체인 CATL은 최근 미국 켄터키주에 2026년까지 공장을 완공해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롄위보(廉玉波) 비야디(比亞迪·BYD) 부총재는 지난 8일 CGTN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테슬라에 배터리 상품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위기 타개 의지를 밝혔다. 미국 차량 기업과의 계약 또는 현지 투자 등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미국 내 매출이 적은 완성차업체들은 동남아시아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상하이GM우링이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모델 생산을 시작했다.



9. 한국 정부 대응은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반도체·과학법안’ 시행 시 단기적으로 우리 반도체 기업의 수혜가 예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대대적 산업 육성 의지를 밝힌 만큼 반도체 기술·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반도체 산업이 민간 주도였다면 지금은 기업-정부가 연합해 산업 정책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등 전략 산업 지원을 골자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이 시행됐고 정부가 최근 전방위 반도체 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주요국의 지원 공세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공급망을 공고히 하기 위한 보다 정교하고 파격적인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10년간 중국 투자를 금지하는 이번 법안의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업계 및 미 상무부와 지속적으로 접촉해 국익을 최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과 관련해서 정부는 11일 배터리 부품 제작·조립과 전기차 최종 조립을 모두 북미에서 완료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했다.



10. 한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현재 내용 그대로 시행되면 전기차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중국산 광물에 대한 수요가 몰릴 뿐만 아니라 중국에 집중된 제련·가공 시설이 아닌 새로운 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으로 가뜩이나 공급이 달리는 전기차 시장의 수급 상황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는 중국에 대한 규제가 더 본격화할 경우 공급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전자기기 가격 등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김현아·박수진·장병철·황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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