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시론>이젠 윤석열 대통령이 나설 때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8-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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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국가 위기서 與 내부 권력투쟁
정권 위임한 민심에 대한 배신
1호 당원 대통령이 중재 가능

李·윤핵관 동시 2선 후퇴 유도
지도체제·공천·소통 혁신으로
개혁진보까지 지지층 넓혀야


국민의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전투구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다. 당 대표로서 기득권을 유지·확대하려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 그룹으로서 당권을 쟁취하려는 윤핵관의 싸움이다. 권력은 속성상 나눠 가질 수 없다. 특히, 이번 당권은 2024년 총선 공천권과 직결되고 공천권 행사는 권력 기반의 확대를 가져온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충돌은 불가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직무정지 결정 집행 정지 신청 등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법적 공방은 무의미하다. 양패구상이 불 보듯 뻔해도 멈추기 힘든 싸움이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다. 국민이 지지를 철회하면 권력 자체를 잃게 된다. 게다가 지금 대한민국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안보와 경제 면에서 우리의 성장을 뒷받침해주던 미국과 중국은 기술과 경제와 안보가 융합된, 양보할 수 없는 패권투쟁을 벌이고 있다. 연장 선상에서 급속히 구축되고 있는 글로벌 가치 동맹의 약한 고리가 한국이다. 경제적 복합위기에 성장동력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불투명하다. 통합 리더십을 발휘해야 미래 비전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혁신을 위한 고통 분담을 국민에게 호소할 수 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이 과업의 핵심 책임자가 정부와 여당이다. 따라서 여당이 권력투쟁에 매몰돼 있는 것은 정권을 위임한 민의에 대한 배신이다.

권력투쟁을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투쟁 당사자들을 압도하는 권력자뿐이다. 그런 권력자가 나서면 당사자들은 후퇴할 명분을 얻게 된다. 중재를 거부하면 승리해도 손실이 더 클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당무에 대한 중립을 강조해 왔다. 정치적 이해득실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동시에 국민의힘 1호 당원이다. 따라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권력투쟁에 빠져 있는 여당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개입이 공개적이고 직접적일 필요는 없다. 목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의 창출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명분과 형평성이다. 첫 단계는 이 전 대표와 윤핵관의 동시 2선 후퇴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대표직을 공식 사퇴하면 난마처럼 얽혀 있는 모든 법적, 정치적 문제는 일거에 해소된다. 이 전 대표로서는 자신의 기득권과 정치적 가능성, 그간의 투쟁 명분을 일시에 포기하는 엄청난 도박이다. 따라서 윤핵관도 당 대표 궐위에 따른 비상대책위원회는 물론 새롭게 구성될 차기 지도부에서 일체의 당직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권력의 단맛을 보려던 윤핵관에게는 청천벽력이다. 그러나 현재의 권력투쟁이 지속되면 양측은 정치적 미래까지 잃을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권력투쟁에서 승리해 당 대표로 복귀하더라도 리더십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당을 파탄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을 지고 정치적 퇴출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이미 당과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윤핵관 역시 욕심을 부리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손절을 당할 수 있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윤핵관 추천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솎아내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음 단계는 당을 제2 창당 수준으로 혁신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사퇴 후 구성될 비대위는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개혁 성향의 참신한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 특히, 새 비대위는 당의 모든 기득권 세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비대위가 추진할 혁신의 방향은 세대와 계층과 이념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는 지도체제의 개편, 정치 신인을 전향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공천제도 개혁,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진화된 소통 시스템 구축 등이다. 이 과정이 윤핵관이라는 윤 대통령의 지지기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윤 대통령과 당의 지지기반을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확대하는 계기가 된다.

지금 여권은 밤거리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가로등 밑에서 찾고 있는 형국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데 둘 다 똑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입장에 서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비전을 탐색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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