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진화론에 뿌리… 벤담 · 밀 공리주의 영향도[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11-15 09:07
  • 업데이트 2022-12-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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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윤석 기자의 고전을 묻다 - ‘사회생물학과 윤리’ 피터 싱어의 이론은

호주 출신 윤리학자 피터 싱어(사진)가 ‘사회생물학과 윤리’에서 펼친 이론은 가깝게는 에드워드 윌슨, 멀게는 찰스 다윈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랜 세월 다윈은 ‘경쟁에서 이긴 자(the fittest)만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오해받았으나 최신 연구는 그가 최상급이 아닌 비교급(the fitter) 개념을 통해 ‘일반적인 상대보다 나은 능력을 보유하면 도태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개했음을 밝혀냈다. 다윈의 사상을 받아들인 윌슨과 싱어는 ‘상대보다 나은 능력’의 핵심이 이타성과 도덕이라고 파악했다.

싱어의 이론에서 얻은 영감을 신경과학 분야로 확장한 학자는 조슈아 그린이다. 그는 저서 ‘옳고 그름’을 통해 동물로부터 기원한 협력의 본성이 집단 결속력을 강화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집단과의 분쟁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념·인종·종교·성별을 둘러싼 현대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우리’의 도덕과 ‘그들’의 도덕이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선택적 과잉 공감이 폭력과 혐오로 이어진다는 장대익 교수의 ‘공감의 반경’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직관이 아닌 이성의 힘을 강조한 싱어는 공리주의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사회생물학과 윤리’에서 밝힌 ‘다섯 명을 구할 유일한 방법이라면 인도교에 서 있는 사람을 밀어뜨리는 것이 옳다’는 주장은 감성적 슬픔이 아닌 이성에 바탕을 둔 공리주의에서 비롯됐다. 싱어의 이런 관점은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 같은 근대 사상가의 영향을 받아 형성됐다. 영국 철학자이자 법학자인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요약되는 양적 공리주의를 표방했다. 법과 제도가 쾌락의 향상과 고통의 감소에 기여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자유경제 체제를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가 됐다. 밀은 벤담의 공리주의를 일부 수용하되 쾌락의 질적 차이를 구분하는 ‘질적 공리주의’ 개념을 제시했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인간이 낫고, 만족한 바보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문장은 밀의 질적 공리주의를 요약한다. 벤담-밀-싱어로 이어지는 공리주의는 행위의 결과가 아닌 동기를 중시한 이마누엘 칸트의 ‘의무론’과 배치된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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