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 조개에서 찾는 ‘건강 수명’ 연장의 단초

  • 문화일보
  • 입력 2022-11-25 09:03
  • 업데이트 2022-12-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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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팀장의 북레터

 지난주 북리뷰 지면에서 한소원 서울대 교수의 ‘나이를 이기는 심리학’을 소개했습니다. 의학 발전 덕분에 깊이 몰입하는 ‘취미’와 두터운 ‘인간관계’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는 책입니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어스태드의 ‘동물들처럼’(윌북)은 장수(長壽)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인간 수명은 10년마다 2.5년씩 빠르게 늘고 있지만, 육체의 활력과 온전한 정신이 뒷받침된 ‘건강 수명’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죠. 저자는 170년 넘게 사는 거북이부터 무려 500년간 생을 이어가는 조개까지 동물들의 놀라운 ‘항(抗)노화 라이프’를 통해 건강 수명을 끌어올릴 해법을 탐색합니다.

 일반적으로 노화는 삶의 속도와 관련 있습니다. 거북이가 일생에 걸쳐 소비하는 에너지는 인간의 ‘몇 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심장박동과 호흡 횟수가 적고, 신진대사도 느린 덕분에 오래 살면서도 노화를 겪지 않습니다. 여기에 암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세포 방어 메커니즘’이 거북이의 장수를 이끄는 요인이라는 점 역시 최근 밝혀졌습니다. 이 메커니즘은 인간보다 체구가 훨씬 큰 코끼리가 보유한 ‘종양 억제 유전자’와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보통 체구가 크면 암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세포도 많은데, 코끼리의 암 발병률이 낮은 건 이 유전자 덕분입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500년 수명을 자랑하는 ‘아크티카’라는 조개입니다. 이 조개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중요한 암시를 던집니다. 인간이 알츠하이머에 걸리는 건 종이를 접은 듯 섬세한 단백질 세포의 ‘접힘 기능’이 흐트러지기 때문인데, 놀랍게도 아크티카는 인위적으로 형태를 바꾸려는 연구진의 시도에도 끄떡없었기 때문입니다.

 동물의 장수 원리를 탐구한 저자는 과학자들의 잘못된 연구 관행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갑니다. 그에 따르면 여전히 의학 연구의 주된 실험 대상인 생쥐는 포유류 중 수명이 제일 짧을 뿐 아니라 암에도 가장 많이 걸리는 종입니다. ‘노화의 종말’을 꿈꾸는 과학자들이 ‘건강 수명 게임’의 패자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탓에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죠. ‘과학적 보수주의’를 꼬집는 일침은 이번 주 소개한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가 전하는 메시지와도 연결됩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경계해야 하지만, 기존 질서에 안주하는 관성이 더 나은 미래를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어스태드의 말처럼, 생쥐가 아닌 장수 동물에 주목하는 혁신이 ‘150세 시대’를 여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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