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에 숨은 엔진, 레이더파 막는 투명망토 … 어디든 은밀히 核공격[10문 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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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2-12-13 09:01
업데이트 2022-12-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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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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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 10답 - 베일 벗은 美 차세대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Raider)’

B-2 폭격기 이후 33년 만에 개발
외부단절 사막공장서 7년간 제작
저항 적은 기체로 장거리 침투
無人 비행 · 저렴한 유지비 장점

레이더로 보면 골프공 크기 불과
가짜 신호로 엉뚱한 위치 전송에
敵 전산망 교란 사이버전 능력도

설계단계부터 개방형시스템 적용
향후 수십년간 빠른 업그레이드

中 2000년대부터 H-20 개발중
러도 프로토타입 내년 공개 예정
美 “어떤 폭격기도 필적 못 해”
北 · 中 · 러 핵위협 억제 퀀텀점프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정충신 기자

지난 2일(현지시간) 전 세계 국방·방산 관계자들의 이목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의 노스럽그러먼 공장 격납고에 집중됐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캐시 워든 노스럽그러먼 CEO 등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베일에 싸인 기체 하나가 사상 최초로 일반에 공개됐다. 미 공군의 차세대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Raider)’였다. 오스틴 장관은 “B-21은 전략폭격기의 독창성·혁신 측면에서 미국의 지속적 전력 우위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다른 어떤 폭격기도 (B-21에) 필적할 수 없다. 미국의 억지력은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신형 전략폭격기를 내놓은 것은 1989년 ‘B-2 스피릿’ 이후 33년 만이다.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장착하고 전 세계 어디든 비밀리에 타격할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B-21은 미국이 향후 유일 경쟁자로 손꼽은 중국 핵전력 증강에 대한 맞대응은 물론, 북한과 러시아·이란 등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핵심 전략자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 30년 만에 B-21 개발한 이유는

미 공군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B-1B 랜서, B-2 스피릿,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등 3종의 전략폭격기를 운용 중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B-29가 일본 도쿄(東京)를 잿더미로 만드는 등 폭격기는 한때 미 공군력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현재는 B-1B 63대, B-2 20대, B-52 76대 등 159대만 운용되고 있다. 여기에 B-1B 랜서가 1980년대, B-2가 1990년대에 각각 개발됐고, B-52는 1955년 실전 배치돼 이미 60년 이상 운용되는 등 기체 노후화가 심각하다. 특히 스텔스 기능을 갖춘 기종은 전체 전략폭격기 대수의 10% 남짓인 B-2가 유일하다. 만약 중국과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적의 방공망에 걸리지 않고 영토 깊숙이 침투해 각종 전략목표를 타격할 항공기가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다. 물론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22, F-35 등이 있지만 항속 거리, 무장장착량 등에서 전략폭격기와는 비교할 수 없다. 이에 따라 B-1B와 B-2를 2030년대 초까지 퇴역시킬 예정인 미 공군은 장거리 침투 및 타격 능력을 갖춘 차세대 전략폭격기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2. B-21 개발과정 및 실전 배치 전망은

미 국방부는 2015년 10월 차세대 전략폭격기 개발을 담당할 최종사업자로 노스럽그러먼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B-21 개발 기초작업은 2006년 공개된 4년 주기 국방태세검토(QDR)를 통해 시작됐다. 당시 QDR는 새 폭격기를 2018년까지 실전투입할 필요성을 지적했고, 미 공군은 차세대 전략폭격기(NGB)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2009년 핵무기 장착 여부, 무인기능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일시 중단됐던 NGB는 2011년 장거리 타격(폭격)기 프로그램으로 부활했으며 2015년 기존 B-2 개발사인 노스럽그러먼이 보잉 등을 제치고 계약을 따냈다. 노스럽그러먼은 이후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채 미 서부 모하비사막의 공군 플랜트42 시설에서 B-21 시제기 5대를 제조했다. 최근 일반 공개에 이어 내년 초 첫 시험비행에 나서는 B-21은 2026년부터 본격 양산·실전 배치돼 2030년대 초 퇴역하는 B-1B, B-2를 우선 대체하게 된다.

3. 별칭 ‘레이더’는 어디에서 유래했나

미 공군은 B-21 개발을 발표하면서 별칭을 공모했다. 응모된 4600여 건 가운데 2차 세계대전 전황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둘리틀 돌격대(Doolittle Raiders)’에서 따온 ‘레이더’가 최종 선정됐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으로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미군은 일본군에 대한 보복 필요성에 항공모함에 육군항공대 폭격기를 싣고 가 일본 본토를 폭격하는 작전을 기획했다. 제임스 해럴드 둘리틀 중령이 이끄는 B-25 미첼 폭격기 16대는 1942년 4월 18일 항모를 출발해 1200㎞를 날아 도쿄, 오사카(大阪) 등을 폭격한 뒤 전체 대원 80명 중 69명이 중국 등을 거쳐 생환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작전을 성공시킨 미군의 사기는 치솟았고 이후 미드웨이 해전 등을 통해 전세를 역전시켰다. 당시 둘리틀 중령의 부조종사로 참전했던 둘리틀 돌격대의 마지막 생존자 리처드 딕 콜 전 중령은 2016년 데버러 리 제임스 당시 공군장관이 B-21 별칭을 레이더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을 때 96세 나이로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4. 외관과 동체 크기는

미 공군과 노스럽그러먼은 보안을 의식해 B-21의 전면부 모습만 일부 공개하고 23m 떨어진 곳에서 정면 촬영하는 것만 허용했다. 드러난 B-21의 모습은 스텔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B-2와 흡사하게 동체와 날개가 하나로 된 ‘가오리’ 모양의 전익기였다. 전익기는 기체 조종이 극히 어렵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공기의 저항, 즉 항력이 적어 장거리 비행에 큰 강점을 갖는다. 무엇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졌다. 레이더파는 주로 비행기 외부의 각진 부분, 수직꼬리날개 등에서 반사되는데 전익기는 외부구조물이 적고 매끈해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다. 또 B-21은 중·러 등의 폭격기가 갈수록 대형화하는 것과 달리 기체 폭이 45.7m로 기존 B-2(52.4m)보다 오히려 6.7m 작다. 무장탑재량 역시 13.6t으로 B-2(27t)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작고 가벼운 기체에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적응형 사이클 엔진이 탑재되면 B-2보다 훨씬 먼 거리를 날아 전 세계 어디든 비밀리에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5. 스텔스 및 전자전 성능은

B-21은 현재까지 개발된 폭격기 중 최고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춰 현존하는 어떤 레이더로도 탐지하기 어렵다. 스텔스 성능에 유리한 전익기 형상을 채택한 데다 기체 표면에 레이더파를 흡수해 탐지를 어렵게 하는 최첨단 재료를 코팅, 투명망토를 입은 듯한 효과까지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어 아가미처럼 생긴 날개에 내장된 제트 엔진도 레이더 반사면적 및 적외선 방출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적용했다. 기존 B-1B가 감시레이더에 큰 새 정도 크기로 포착되고 B-2는 작은 새 수준으로 잡히는 데 비해 B-21은 골프공 크기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이 다가와 맨눈으로 식별하기 전까지 레이더나 적외선 센서 등으로 탐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오스틴 장관은 “가장 정교한 방공시스템조차 하늘에서 B-21을 탐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성능 레이더와 각종 센서는 물론, 기존 B-2에 없는 차세대 전자전(EW) 시스템도 탑재된다. 가짜 신호로 적의 레이더에 엉뚱한 위치를 인식시키거나 다른 물체로 위장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B-21이 적의 민간 전산망에 침투해 교란하는 사이버전 능력이나 전자기(EMP) 펄스 능력까지 탑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당장은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는 방식에 집중하지만 B-21은 유인 비행은 물론, 무인 비행 역시 가능하도록 기본 설계됐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상단 사진은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일의 노스럽그러먼 공장 격납고에서 공개된 B-21 레이더의 모습. 전체 기체 모양에 대한 보안 때문에 미 공군은 23m 떨어진 곳에서 정면 촬영만 허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그래픽(아래 사진)에서는 동체와 날개가 하나로 된 전익기(가오리 모양)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AP 연합뉴스



6. 가격과 유지비, 배치 대수는

스텔스 성능 등 외에도 B-21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제작·유지비로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앞서 탄생한 B-2는 당초 132대가 생산될 계획이었지만 ‘금보다 비싼 항공기’로 불릴 정도로 천문학적 가격 탓에 대당 20억 달러(약 2조6000억 원)에 21대를 구매하는 데 그쳤다. 반면 B-21의 가격은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기체 가격은 물론, 훈련·예비비 포함 6억92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유지비 역시 기존 B-2의 20∼25%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노스럽그러먼은 설계·개발단계부터 개방형 아키텍처(시스템 구성 방식)를 적용해 향후 수십 년 동안 빠르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언제든 신무기 탑재가 가능하도록 했다.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기술도 B-21을 저비용으로 유지·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교적 저렴한 제작·운용비에 힘입어 미 공군은 최소 100대 이상의 B-21을 양산할 계획이며 일부 전문가들은 B-21 도입 대수가 최대 2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 한반도 유사시에도 전개될까

오스틴 장관이 “B-21 폭격기 부대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B-21 실전 배치가 이뤄지면 한반도에도 유사시 전개될 수 있다. 현재 대북 억제 전략자산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주변에 전개해오던 B-1B, B-52H, B-2 스텔스 폭격기 역할을 B-21이 점진적으로 대체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B-21의 실전 배치는 2026∼2027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군이 한반도 및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B-21을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관할하는 괌 미군기지 등에 해외 기지로는 가장 먼저 배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8. 한·미 확장억제에 미칠 효과는

B-21은 중국·러시아·북한 등 적대국의 핵전력 확장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진행한 핵 억제력 개편 작업에서 첫선을 보인 무기다. 이에 B-21은 앞으로 대북 억제를 위한 전략 자산의 중추를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B-21은 북한은 물론, 전 세계 어디든 방공망을 뚫고 은밀하게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B-21이 전력화하면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확장억제력은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하게 된다.

9. 주요국의 스텔스 폭격기 개발 현황은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스텔스 폭격기로 알려진 훙(轟·H)-20 개발에 매진해왔다. 지난 11월 열린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에서 자즈강(賈志剛) 인민해방군 공군 부사령관도 H-20 출시 임박을 시사하기도 했다. H-20은 B-2와 마찬가지로 스텔스 능력을 갖춘 전익기로, 최대 이륙중량 200t·최대 적재중량 45t에 J-20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비롯해 LS 계열 핵폭탄, DF-10 계열 탄도미사일 등 총 4발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도 2008년부터 PAK-DA의 개발을 시작했는데, 2023년 프로토타입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러시아 본토에서 이륙해 우주 공간으로 나가 2시간 내에 세계 어디든 폭격하고 귀환하는 전략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개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10. B-21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지난 5일 사설에서 “B-21로 중국을 위협하려는 것은 헛된 꿈을 꾸는 것”이라며 “미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할 때 B-21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14억 인민의 굳은 의지의 철벽 앞에서 가볍게 접히는 종이비행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언장담과 별개로 중국은 B-21의 성능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환추스바오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B-21의 스텔스 기능을 활용해 중국을 공격할 수 있다며 대응 방안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군사전문가 장쉐펑(張學鋒)은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은 B-21에 맞서기 위해 폭격기가 있는 비행장을 공격할 수 있다”며 “중국은 B-21과 비슷한 폭격기를 제조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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