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의 시론]‘쌍방울’이 더 치명적인 3대 이유

  • 문화일보
  • 입력 2023-02-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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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쌍방울의 대북 사업비 대납은
친문의 대권후보 배제에 맞선
이재명 측 선택한 불법 우회로

李 특유의 프레임 변경 어렵고
이화영과 정진상 뿌리가 달라
쌍방울이 李 목에 걸릴 첫 방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금은 개인 경호업체처럼 부리고 있는 민주당 때문에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2018년 6월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재명은 그해 9월 청와대가 발표한 평양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서 제외됐다. 이재명은 지사 취임 전부터 남북 교류·협력을 적극 추진하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중앙정치 무경험을 약점으로 지적받는 이재명으로서는 외교·안보 핵심 이슈인 대북정책 성과가 절실했다. 우천으로 취소됐지만, 지사 취임식을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개최키로 한 것이나 평화부지사직을 신설해 당 실세 이해찬 의원의 측근 이화영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평화부지사 영역을 확대하는 조직 개편을 하고 추경에 남북교류협력 기금 200억 원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런데 단체장 중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지사만 방북단 명단에 포함된 것이다.

이재명은 이 결정을 친문(친문재인) 그룹이 차기 대권 구도에서 자신을 배제하려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던 것 같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이 2개월 뒤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 등 주요 정치인 비방 글을 온라인에 올린 ‘혜경궁 김씨’가 이재명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 결과를 경찰이 발표한 것이다. 이재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다… 저들의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 하게 하는 것이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내에 이재명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없었고 청와대도 ‘관여할 성격이 아니다’는 입장을 취했다. 친문 그룹에서는 이재명의 사퇴와 출당 주장까지 나왔다.

돌파구 마련이 필요했던 이재명은 독자적으로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했다. 방북단 발표 직후 이화영 부지사가 북한을 두 차례 방문, 스마트팜 건설 등의 대북 사업을 합의했다. 그러자 이번엔 경기도의회가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 소속이 다수였음에도 도의회가 예산 배정을 거부했다. 불법적인 우회로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이화영은 3년간 고문과 사외이사로 근무했던 쌍방울그룹의 오너 김성태 회장을 접촉했다. ‘대북 사업비 대납을 기회로 삼아 대북 사업을 진행하라’고 권유하면서 ‘김책공대 북한 광물자원 자료’를 직접 전달했다. 김성태는 대북 사업 경비 500만 달러를 두 차례에 걸쳐 불법 송금했다. 북측이 요청한 이재명 방북 비용 300만 달러도 유사한 방식으로 송금했다. 모두 김성태 공소장에 적시된 내용이다. 더구나 이재명은 김성태가 대북 사업 및 방북 비용 지불을 북측에 약속하거나 송금한 시점을 전후해 최소 3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맙다’고 말하거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 ‘난감하겠다’는 걱정도 했다고 한다.

이런 흐름을 보면 “쌍방울과의 인연은 내의 한 벌 사 입은 게 전부”라는 이재명의 초기 해명은 본인도 민망해할 수준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최근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왔는데 잘 안 팔릴 것”이라며 오히려 부인 강도를 높였다. 위기 타개에 동물적 감각을 보여 온 이재명으로서도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실제로 쌍방울 사건은 대장동이나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이재명 특유의 프레임 바꾸기가 불가능하다. 대장동은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 환수 사업’이고 성남FC는 ‘시 예산 절감 성공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북 불법 송금을 ‘햇볕정책’이라고 강변하긴 어렵다. 둘째, 대장동 김만배 씨와 쌍방울 김성태의 차이다. 김만배는 끊임없이 자백과 침묵의 손익을 계산하고 있다. 김만배가 침묵하면 이재명의 마지막 방탄조끼인 정진상과 김용은 흔들리지 않는다. 반면, 김성태는 송환되기 전 이미 검찰에 협상을 제시했다. 정치적으로 기댈 곳도 없고 검찰의 선처가 거의 유일한 희망이다. 셋째가 핵심으로, 이화영은 정진상·김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정진상과 김용은 숙주인 이재명과 운명공동체다. 그러나 이화영은 나름의 정치적 뿌리가 있고 정치적 주군을 따지면 이해찬이다. 더구나 쌍방울 사건은 국기 문란 성격의 100억 원대 뇌물사건이다. 정치인 이화영이 이재명을 위해 혼자 책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재명의 희망 사항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작 이재명 목에 처음 걸릴 방울은 쌍방울 사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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