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말년에 살았던 ‘심우장’ 일대 공원화… 3·1운동 정신 계승”[로컬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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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23-02-28 08:57
업데이트 2023-02-2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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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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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왼쪽) 명지대 석좌교수와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최근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이 살았던 서울 성북구 성북동 심우장에서 만나 독립운동가와 근현대 지식인들의 자취를 기리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동훈 기자



■ 서울인사이드 - 이승로 성북구청장·유홍준 前청장 ‘문화재 보존’ 공감대

이육사·조지훈·이태준작가 등
문학가·지식인 흔적 남아있어
區서 관련 심포지엄 열어주길

역사적 인물 콘텐츠 발굴·활용
독립운동가 도시 이미지 구현
근현대문학관도 조성할 계획


“만해 한용운이 말년에 살았던 심우장(尋牛莊)이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그대로 있다는 건 만해 선생에 대한 기념일뿐 아니라 3·1 운동의 성지로서 의미가 있죠.”(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심우장 일대를 공원화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까지 챙겨서 문화지구로 지정, 후손들에게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곳으로 발전시키려 합니다.”(이승로 성북구청장)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 교수와 이 구청장은 지난 20일 심우장에서 만나 성북구를 근거지로 한 독립운동가들뿐 아니라 일대의 문화재 개발과 보존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만해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승려 출신의 독립운동가이자 저항 시인이다.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불교계를 대표해 참여했다. 유 교수가 심우장이 3·1 운동의 성지라고 말한 이유다. 유 교수는 “당시 목숨을 위협받아 생존형 친일을 한 지식인들이 많았지만, 만해 선생은 끝까지 자신의 지조를 지켰다는 데서 귀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북동의 달동네로 유명한 북정마을로 이어지는 좁은 비탈길에 있는 심우장은 만해가 54세였던 1933년 성북동에 자리를 잡으면서 지은 집으로 광복을 1년 앞둔 1944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생애 후반 마지막 11년을 보낸 곳이다. 특징은 집이 북향이라는 점이다. 유 교수는 “만해 선생이 조선총독부 청사가 보기 싫다며 등을 돌려 북향으로 지은 것”이라며 “국민이 일제강점기에 춥고 배고프게 지내는데 본인만 따듯하게 지낼 수 없다면서 한겨울에도 온돌을 때지 않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성북구는 심우장 일대에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만해를 비롯해 성북구에서 독립운동 활동을 했던 역사 인물을 기리는 ‘독립운동 역사관(가칭)’이 포함된 공공도서관을 건립할 예정이다. 성북구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들은 만해 외에도 종암동에 본가가 있었던 이육사, 성북동 출신으로 의열단과 한국광복군에서 활약한 최용덕, 정릉동에서 태어나 대한군정서 사령부총괄을 했던 나중소 등이 있다. 이 구청장은 “역사 인물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발굴·활용해 독립운동가의 도시 이미지를 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독립운동가·문인들의 자취가 성북동의 큰 자산”이라며 “구에서 최근 10여 년간 성북동에 근현대 역사 거리를 조성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화답했다.

성북구에는 독립운동가들 외에도 여러 근대 문학가·지식인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 교수의 최근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2권의 표지를 장식한 성북동의 ‘수연산방’이 대표적이다. 수연산방은 ‘달밤’ ‘복덕방’ ‘가마귀’ ‘밤길’ 등을 쓴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 이태준의 가옥으로 심우장과 같은 1933년 지어졌다. 성북동 근현대 문화예술인 거리의 랜드마크로 이 일대는 1930년대 조성된 성북동 문인촌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유 교수는 “수연산방은 집 자체로도 잘 지었지만 한국 문학사에서 의미가 있는 ‘문장’이라는 잡지의 근거지라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성북동에서 근현대 문학·미술사와 관련한 심포지엄을 개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북구는 성북동을 중심으로 서울시 자치구 중 종로구와 용산구 다음으로 많은 문화재(종로구 431점, 용산구 397점, 성북구 159점)를 보유하고 있고, 한용운·조지훈·이태준·김환기 등 한국 근현대 대표적 문인 및 예술인들의 작품 활동 근거지로서의 장소적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각각의 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연계·활용할 수 있는 국공립전시관(박물관 및 미술관)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구청장은 “여러 작가님의 작품을 기증받은 것이 많은데 수장고와 전시관을 성북동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 일대에 근현대문학관도 착공할 계획인데 관련 심포지엄도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 구청장은 이어 “구 입장에서 새로 조성되는 문화 시설들과 다른 문화재 건물 주변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과제인데 옛사람들의 자취를 지키면서 시민들이 편안하게 답사할 수 있는 인프라 등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며 “자치구에서 관리하기 힘든 규모의 장소도 많은데 중앙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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