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명 이용 ‘위버스’ vs 120만 유료구독 ‘버블’… K-팝 동맹 가능할까

■ K-팝 3.0… 3개의 전선

버블, 언제든 위버스 추월 가능
방시혁 “실질적 협력방안 마련”

하이브가 보유한 위버스와 SM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버블은 K-팝 시장의 양대 팬덤 플랫폼이다. 단순 비교하면 위버스가 앞선다. 월간 이용자는 약 700만 명이고,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은 4455억 원이다. 버블의 경우 유료 구독자 120만 명, 같은 기간 매출은 510억 원가량 된다.

하지만 K-팝 시장의 코어 에너지인 개별 K-팝 그룹의 폭발력을 고려하면 이 관계는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위버스에는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와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가 포진한 반면, 버블에는 SM과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가 공존하고 있다. JYP가 이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인 디어유의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3월 말에는 정욱 JYP 대표가 디어유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다. 버블을 공유하는 두 회사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는 뜻이다. JYP 소속 보이그룹 스트레이키즈와 SM 소속 NCT가 현재 유력한 ‘포스트 BTS’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스트레이키즈의 성장세에 따라 버블이 위버스를 앞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디어유는 최근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던 팬 플랫폼 유니버스까지 인수했다. 그러면서 유니버스에서 활동하던 그룹 아이브, (여자)아이들, 몬스타엑스 등까지 합류해 덩치를 키웠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플랫폼 협업에 대해 “아직 말씀드릴 수 없는 단계지만, 빠르게 실질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SM 지분 공개매수에 참여해 지분 8.62%를 처분했다. SM 운영 과정에서 하이브의 입김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하이브가 버블 운영에 개입하려면 2대 주주인 JYP도 설득해야 한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협의를 통해 SM은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 해도 JYP에 이를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버블에 속한 SM 아티스트가 위버스로 옮길 경우 버블의 가치 하락으로 JYP는 손해를 보게 된다. JYP가 이런 상황을 묵과할 리 만무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팬덤이 K-팝 시장을 지탱하는 근간이기에, 이들을 한데 모은 플랫폼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면서 “하이브를 앞세운 네이버, SM을 인수한 카카오라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에 향후 팬덤 플랫폼의 향방이 K-팝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