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대소변검사

  • 문화일보
  • 입력 2023-03-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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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대학 3학년 기생충학 실험시간
정체불명 채변으로 충란 검사
기생충은 없고 배의 돌세포만

배 먹으면 치아도 하얘져 이득
단단한 알갱이 돌세포들 덕분
이젠 돌세포로 치약 만든다나


지난해 11월 중순에 아내와 함께 2년마다 하는 국가 건강검진을 했는데, 소변검사·혈액검사·대변검사도 받았다.

첫째, 소변검사(urinalysis)는 질병이나 건강 상태 등을 알기 위해 하는 검사인데, 소변은 신장(腎臟, 콩팥, kidney)에서 혈액을 거른 뒤 나오는 노폐물로서 여러 대사 산물이 포함되어 있다. 소변검사를 함으로써 신장·요로계(尿路系)의 이상뿐만 아니라 내분비/대사 질환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소변검사는 일단 간편하게 인체의 숨겨진 질병의 단서를 찾아내거나 질병의 경과 등을 알아내는 데 쓰인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당뇨병으로, 당뇨병 환자의 소변에는 당(糖, glucose)이 묻어 나온다. 그런데 소변검사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나 없나를 확인하는 것으로, 검사에서 이상이 있으면 추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둘째, 혈액검사(blood test, 피검사)는 질환의 진단과 치료 및 추적 관찰에 이르기까지 요단백이나 콜레스테롤 등등을 알아보는 가장 기본적인 검사의 하나로, 이 검사를 통해 혈액 내의 세포(혈구), 즉 적혈구·백혈구·혈소판에 대한 정보를 다양한 지표로 파악할 수 있다. 혈구의 수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 자동 혈구 분석기(automatic hematology analyzer)가 널리 쓰인다. 혈액검사 때의 주의 사항은 12시간 이상 금식(禁食)하는 것이다.

셋째로, 대변검사(stool test)는 인체의 질병이나 건강 상태 등을 알기 위해서 하는 검사로, 항문계의 이상뿐만 아니라 내분비/대사 질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숨겨진 질병을 찾아내는 단서나 질병의 경과 등을 아는 데 쓴다. 대변검사를 ‘분변잠혈검사(糞便潛血檢査)’라고도 하는데, 가장 잘 알려진 예로 대장암이나 소장암 환자의 대변에는 피(blood)가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변에서 피가 묻어 나오면 암일 가능성이 있을 뿐이지 혈액검사나 장내시경검사로 확인하기 전에는 대장암이나 소장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치질로도 대변에 피가 나오기 때문이다. 참고로, 대변에 선혈이 묻어 나오면 대장암이나 치루(痔漏)일 가능성이 있고, 대변 색이 짜장면(초콜릿) 색깔이면 위암에 따른 출혈로 적혈구가 소화된 탓이다.

이렇게 대변검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학 3학년 가을 학기 중 ‘기생충학(parasitology)’ 실험 시간에 겪었던 일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기생충이 득실거려 봄여름으로 초·중·고등학생들이 ‘대변검사’를 했을 때다. 그런데 담당 과목 이주식 선생님께서 정체불명의 채변 봉투를 여럿 주시면서 ‘충란(蟲卵) 검사’를 하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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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알 검사는 대개 직접도말법(direct smear method)과 포화 식염수(saturated brine solution) 부유법(flotation method)을 쓴다. 다시 말하면, 대변을 받침 유리(slide glass)에 직접 문질러(smear) 관찰하거나 변을 포화 식염수에 으깨 넣고 밤샘하면, 기생충 알이 떠올라 시험관 위에 모임으로 그것을 덮개 유리(cover glass)로 떠서 검사한다. 그러다 보니 실험실 안은 늘 대변 악취가 진동한다.

아, 그런데 눈이 빠지게 찾는 기생충 알은 안 보이고 배의 돌세포(석세포, 石細胞, stone cell; 배나 매실 따위의 과육 속에 들어 있는 까슬까슬한 세포)만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이윽고 실험 재료인 대변에 대해 시비(是非)가 붙는다. 상황을 정리하면, 두뇌 회전이 빠른 친구들이 비상한 추리력을 발휘하여 대변의 주인공 찾기에 들어간 것이다. 슬라이드글라스에 놓인 분변(糞便)에 돌세포가 저렇게 많은 것을 보니 분명 배밭골 근방에 사는 사람들일 게 틀림없고, 그래서 가까운 태릉 배밭 근방의 모 여대생들을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대변을 보면 학교가 보인다!? 학생들의 끈질긴 채근에 우리 선생님은 그렇다고 시인하셨다. 물론 그 은사님은 오래전에 별세하셨고, 제자 우리도 다들 죽을 나이에 접어들었다. 남자 스물일곱 명과 여자 일곱이 동기동창인데, 그 가운데서 학점을 다 쓸어 담아 갔던 여학생들은 다 멀쩡하지만 남자 열이 벌써 저승 사람이 되고 말았다.

‘배 먹고 이 닦기’라는 속담이 있다. 배(梨, pear)를 먹으면 치아까지 하얗게 닦아진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에 두 가지 이로움이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말해서 일석이조(一石二鳥), 일거양득(一擧兩得)이나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와 비슷한 말이라 하겠다. 그런데 실제로 배를 먹고 나면 이를 닦은 것처럼 이가 뽀야니, 배의 돌세포가 치약의 연마제 역할을 한 탓이다. 배를 먹다 보면 딱딱하고 잘 씹히지 않는, 까끌까끌하게 느껴지는, 모래 알갱이처럼 딱딱한 것이 입안에 걸리니 그것이 바로 ‘돌세포’다. 돌세포는 기계로도 잘 갈아지지 않을 만큼 경도(硬度, 굳기)가 높으며, 이렇게 단단한 알갱이들이 입안에서 마찰을 일으키면 마치 소금으로 치아를 닦은 것처럼 된다. 배의 돌세포는 후막세포(厚膜細胞)의 일종으로 1차 세포벽(섬유소, cellulose)에 2차로 리그닌(lignin, 木質素)이 대량 축적되어 두껍게 된 세포다.

그런데 천연 소재인 배의 돌세포로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따위를 대체한다고 한다. 즉, 미세플라스틱 대신 돌세포를 치약 연마제(硏磨劑)로 쓴다는 말이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피부 각질제거제 화장품이나 치약들을 올해 중순부터 국내에서 만들거나 수입할 수 없고, 내년 7월부터는 판매가 금지된다고 한다. 암튼 치약에는 불소 화합물, 연마제, 계면활성제(세제), 착색제, 감미제, 방부제 등 여러 가지가 들었으므로 양치질 뒤에 입안을 매매 가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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