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지속적 생존은 우리를 충분·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북레터]

  • 문화일보
  • 입력 2023-04-21 09:06
  • 업데이트 2023-04-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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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팀장의 북레터

“인간은 말하기와 읽고 쓰는 능력 덕분에 ‘생물권의 청지기’가 됐다.”

사회생물학의 토대를 닦은 에드워드 윌슨의 ‘새로운 창세기’(사이언스북스)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2021년 별세한 윌슨은 인간부터 곤충에 이르는 수많은 동물의 사회적 행동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연구한 학자입니다. 세상을 떠나기 2년 전 발표한 책은 인간을 지구의 정복자로 만든 원동력, 즉 진(眞)사회성 이론의 핵심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진사회성이란 고도로 발달한 사회적 능력을 뜻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17종(種)의 동물만이 진사회성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진사회성이 유독 특별한 이유는 언어 능력과 결부돼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라는 효율적 의사소통 도구 덕분에 이타적 본성을 빠르고 광범위하게 표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통찰은 이번 주 북리뷰에서 소개한 ‘진화하는 언어’의 메시지와 연결됩니다. ‘진화하는 언어’에서 저자들은 “언어의 무한한 즉흥적 변주 능력이 눈부신 문화 창조의 기폭제로 작용했다”고 말합니다.

생전에 윌슨은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조차 ‘이기적 유전자’의 발현일 뿐이라고 주장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논쟁을 펼쳤는데요. 하지만 윌슨이 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완전히 무시한 건 아닙니다. 다만 윌슨은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가 충돌하는 양상이 인간 본성의 본질이고, 두 유전자의 길항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게 인간의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윌슨이 진사회성을 만드는 이타적 유전자에 주목한 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기적 개체는 이타적 개체를 누를 수 있지만, 집단 간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이기적 집단이 아닌 이타적 집단이다.”

흥미롭게도 ‘진화하는 언어’와 함께 고른 ‘우리 본성의 악한 천사’ 역시 인간의 양면성을 두루 고찰한 연구서입니다. 책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지금 다시 계몽’ 등을 통해 역사가 평등과 평화를 향해 진보한다고 주장한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를 비판합니다. 폭력과 빈곤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핑커의 메시지는 통계를 입맛대로 왜곡한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악한 천사’라는 모순적 표현이 시사하듯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인간과 세상의 복잡한 면모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윌슨의 말처럼,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은 ‘우리를 충분하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니까요.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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